김초혜 「사랑굿 1」

그대 내게 오지 않음에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채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 김초혜 「사랑굿 1」 전문(시집 『사랑굿 1』에서)
 

그림=박경수

사랑은 어렵다고 합니다. 사랑을 안다는 것은 곧 우주의 섭리를 깨닫는 일입니다. 사랑은 때로는 삶이라는 유산 전부를 요구하지요. 진실한 사랑은 그 사람이 가진 온갖 꿈과 열정과 생명을 다 바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니까요. 또한 사랑의 보상 없는 기쁨에 모든 것을 헌신했다는 숭고한 무상감을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하고요. 시 속의 화자도 고통을 수반한 견고한 체험을 통하여, 사랑은 순결한 자의 화염이며 인생의 혹독한 이치이고, 갖고 싶어 더욱 갖지 않는 지혜로움이라는 깨달음을 전합니다. 모든 사랑은 이별의 한계에 절망합니다. 좋은 사랑이 끝내 합일이나 본능과 거리를 두려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가장 좋은 사랑은, 사랑의 세속적 관계를 기꺼이 포기할 때 비로소 고통 속에서 빛나는 광휘를 드러냅니다. 사랑 앞에서 자신을 끝없이 지우는 사람만이 사랑의 정체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4·19 무렵 청주에서 여고를 다닌 김초혜 시인은 불혹에 이르러 문제의 연작시‘ 사랑굿’180여 편을 통하여 사랑이 지닌 고통과 열정, 그 빛과 그늘의 진실한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한곳에 모은 바 있지요.

얼마 전 부군이신『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선생의 고희연에서 귀여운 손자들을 가리켜“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다”라며 크게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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