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코리아에이드사업이어 박 전 대통령과 몽골 방문 동행
안종범 전수석 수첩에도 등장…용역결과 안나왔는데 공고, 의혹만 증폭

지난해 7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한-몽골 비즈니스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몽골 사후관리센터 구축 및 시범사업’(이하 몽골 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 추진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해 최순실이 소유한 미르재단이 개입한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참여한 특정병원을 염두에 둔 사업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수행기관 공고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공고가 진행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9월 1일 보건산업진흥원은 ‘몽골 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 수행모집기관 공고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한국에서 치료받은 몽골 환자가 귀국 후 현지에서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몽골 공공병원내에 사후관리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고 단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우선 사업 추진 배경에 지난 박근혜정부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의혹이 대두됐다.

지난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 몽골 순방 기간이던 지난해 7월 17일 보건복지부는 몽골 보건체육부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의료기술(e-health)협력, 인구개발사회복지부와 사회복지협력 업무협약(MOU)을 양국 정상 참석 하에 체결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박 전 대통령 순방에 함께 한 이대목동병원도 몽골국립모자병원과 원격의료 등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당시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이대목동병원과 몽골모자병원은 한국에서 치료받은 몽골인 환자에게 원격의료 등 e-health를 활용한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의 모자병원 내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대목동병원, 코리아에이드사업, 그리고 최순실 미르재단

 

이대목동병원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한 것은 몽골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이대 목동병원측은 지난해 5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참여해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함께 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박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맞춰 정부 주도의 국제개발사업으로 출범했다. 당시 이 사업은 국제사회가 확립한 국제원조의 효과성 원칙과 노력을 무시한 일회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사업은 순방 이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나타났다.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이 지난해 1월 12일 작성한 수첩. 안 수석은 '의료 지원', '문화', '음식'의 3개 항목을 적었고, 의료 지원 항목 바로 옆에는 '이대 의대'라고 써놨다. 또 '미르'라는 단어도 기재돼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이대 의대’와 ‘미르’가 기록돼 있던 것.

안 전 수석 업무 수첩 2016년 1월 12일 기록에는 정부의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관한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적혔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의료 지원', '문화', '음식'의 3개 항목을 적었고, 의료 지원 항목 바로 옆에는 '이대 의대'라고 써놨다. 이 수첩에는 ‘미르’도 등장 한다.

박 대통령이 코리아에이드 의료사업을 이대 의대에 맡기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후 아프리카공적원조사업은 지난해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코리아에이드'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아프리카 방문해 코리아에이드 의료사업을 진행했고 여기에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이대목동병원이 참가했다.

이들 기관에 속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27명은 박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아프리카에 파견돼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

 

이처럼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4개월여 앞두고 이대를 콕 찍어 언급한 것으로 미뤄 양측의 관계가 보통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5월 이대 의대의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이어 7월 진행된 박 전 대통령 몽골방문도 동행했다.

그리고 여기서 몽골국립모자병원과 사후관리센터 설립 MOU를 체결했다.

현재 진행되는 몽골 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의 내용과 용어는 당시 이대목동병원이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MOU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이 이대목동병원이 체결한 MOU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아디스아바바대학의 코리아에이드 의료 사업현장을 찾아 시찰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공고된 몽골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과 지난해 체결된 MOU 내용과 일치한다. 결국 특정병원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 아니냐”며 “그럴거면 차라리 입찰공고를 하지 말고 해당병원을 지정해 사업을 하면된다. 입찰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이 체결한 MOU와는 전혀 무관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은 이미 정부의 또 다른 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한국을 찾는 몽골 의료관광객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됐는데 최순실과 관련된 사업이라면 진행이 되겠냐?”며 “입찰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입찰과정의 절차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본보 취재결과 몽골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보건산업진흥원은 사업에 대한 계획과 입찰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용역결과가 나오기 전에 입찰을 공고했던 것으로 학인 됐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올 3월 연구용역을 공고해 지방의 한 대학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연구용역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산업진흥원은 몽골사후관리센터 시범사업 수행기관을 모집하는 공고를 지난 9월 1일 발주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체 관계자는 “겉옷을 먼저 입고 나중에 속옷을 입겠다는 것”이라며 “선정 기준도 없이 어떻게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절차상 진행과정의 문제가 있었던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용역의 대략적인 결과는 이미 나와 있어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역 결과가 일부 미흡해 보완을 요구해 결과가 늦어졌다”며 “사업에 대한 참고용일뿐 선결조건은 아니여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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