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둘로 나뉘어 ‘자질론 對 자격론’ 다른 스님 내세워
법주사, 후보스님 돈 3000만원 받았다 되돌려줘 의혹 확산

청주시내 위치한 한 대형사찰이 주지스님 임명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법주사 말사로 편입된 A사찰은 둘로 나눠진 신도들이 각각 다른 스님을 주지로 옹립하며 대치한 상태다. 또한 주지로 옹립된 한 스님은 법주사측에 300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가 되돌려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속에 조계종 종단은 주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등 신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A사찰 주지 임명 갈등의 속사정을 알아본다.
 

법주사 전경.

청주 불교방송은 지난 2월말 청주시 상당구 A사찰이 대한불교 조계종 말사로 등록됐다고 보도했다. A사찰은 680여명(위임장 포함)의 신도가 참여한 가운데 신도 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 A사찰은 신도 2400여명이 수행 정진하고 있으며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로 추정되고 1953년 중창했다고 소개했다. 청주 도심의 대규모 사찰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종교 시설이다.

A사찰은 사설 사암(개인 사찰)이었으나 지난 2015년부터 주지 스님이 조계종 등록을 추진했다. 하지만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지난 5월 주지스님이 갑자기 입적했다.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아 후임 주지 스님 임명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찰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는 자체 정관에 따라 승려 이사인 B스님의 주지 승계를 희망했다.

하지만 조계종 말사로 등록된 이상 종단 헌법인 종헌에 따라야 한다는 명분이 강했다. 종헌에는 회주 스님(전 주지)이 승계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고 입적했을 경우 상좌(제자) 스님이 뒤를 잇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헌에 따라 일부 신도들은 유일한 제자인 C스님을 모셔와 주지 승계를 추진했다. 결국 현 이사 겸 신도회장측은 B스님을 옹립한 반면 전 신도회장측은 C스님을 적극 지지하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갈등 속에 두 스님은 A사찰의 각기 다른 방에 기숙하며 일요법회도 별도로 열고 있다. 한쪽은 신도회 명의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다른 쪽은 발전위원회 명의로 내붙였다. 비방 내용의 플래카드를 한쪽이 철거하자 반대쪽에서 형사 고소를 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현 신도회측에서 C스님이 법주사에 전달한 3000만원을 문제 삼으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현 신도회측은 “6월 24일 법회에서 C스님이 ‘내가 3000만원을 법주사에 갖다 줬으니 주지 임명이 확실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항간에 대형 사찰 주지 선거는 돈선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런 게 아닐까 싶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날 당일 법주사로 찾아가 주지스님을 뵙고 돈전달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 신도회측 2명이 작성한 진정서에 따르면 C스님은 지난 5월 A사찰 후임 주지 문제로 법주사를 방문했는데 ‘빈손으로 오느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것. 그래서 속가 친인척의 도움으로 3000만원을 마련해 법주사 재무담당 스님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B스님을 밀고 있던 현 신도회측에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법주사측은 서둘러 사태수습에 나섰다. 이의 제기를 받은 3일 뒤인 6월 27일, 때마침 전 주지스님의 49제 기일을 맞아 A사찰 추모행사에 법주사 주지인 정도스님을 비롯한 국장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끝나자 사찰 접견실로 C스님을 불러 3000만원을 건네주고 영수증은 되돌려받았다는 것.

이에대해 C스님측 신도들은 “3000만원은 스님이 법주사에 개인적으로 시주하신 것이다. 주지 스님 임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저쪽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법주사에서도 저 사람들이 하도 시끄럽게 하니까, 되돌려 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법주사에 시주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시주하게 된 경위를 묻자 신도 중에 한명은 “그냥 갖다 줬겠느냐, 달라니까…” 라고 언급하다 다른 신도의 제지로 입을 닫았다.

현 신도회측 2명은 7월말 진정서를 작성해 조계종 종단 호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호법부의 조사 결과는 40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진상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 신도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현 신도회측은 ‘호법부에서 직접 사찰로 찾아와 조사했다’는 것이고 발전위측은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후임 주지 문제로 A사찰이 4개월째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계종 종단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둘로 갈라진 신도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망을 하며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현 신도회측은 “돈문제 때문이라도 종단에서 C스님을 임명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발전위측은 “유일하게 종헌상 주지 자격을 갖춘 분이 C스님이다. 조만간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계종 종단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명진스님은 18일간 단식 항의하다 지난 4일 건강악화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조계종은 오는 10월 치러지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깨끗한 선거를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 했다.

그럼에도 돈문제가 불거진 청주 A사찰 주지 임명을 종단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8월 23일 법주사 주지 정도스님이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기금으로 7000만원을 쾌척한 시점도 의문이다. 청주 A사찰 주지 임명과 관련 금품제공 의혹이 종단 호법부에 진정접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종단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려 하루속히 사찰 정상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신도들의 뜻이다. 취재기자는 법주사의 공식입장을 듣기 위해 11일 취재질의서를 팩스로 보냈으나 마감시간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지난 8월 법주사 주지 정도스님이 자승 총무원장에게 불사기금 7000만원을 전달했다.

법주사 주지 선거 의혹, 검찰 각하 결정
2012년 금품살포 고발사건, 사실상 수사 않고 덮어

‘조계종 적폐청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는 종단내 금권선거, 종단 비판 스님 제적과 범계 행위자 사면 남발, 총무원장의 권력·제도 사사화 및 정교유착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금권선거의 경우 2013년 공주 마곡사 금품살포 주지 선거를 예로 들었다. 당시 법원에선 업무방해 혐의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18명의 승려가 금품수수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종단 호법부의 조사나 기소가 없이 일부 승려는 주지로 임명되기도 했다는 것.

조계종 5교구 본사인 법주사도 금품선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찰이다. 지난 2012년 법주사 산중총회에서 ‘주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법주사 Q스님이 투표권이 있는 스님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혹이 있다며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됐다. 당시 Q스님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 180명의 스님 중 상당수의 스님들에게 거마비 명목으로 200~300만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법주사 관할인 보은경찰서가 사건을 이첩받아 금품제공 의혹을 산 주지스님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제보자가 출석하지 않고 여러 범죄구성 여건이 부족해 각하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결국 각하결정을 내렸다. 보은서 관계자는 마곡사 주지 금품선거와 비슷한 사건 임에도 각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사찰 선거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자체 선거와 관련한 종법위반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도 법리에 맞지 않아 각하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결국 형법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행위라면 재발의 소지가 더 높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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