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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전통먹 체험!”대한민국 유일한 전통먹(墨) 계승자 ‘취묵향공방’ 한상묵 장인
전통먹 알리기 위한 체험학습…먹으로 다양한 공예품 만들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서예시간 준비물로 동네 문방구에서 종종 찾았던 먹. 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서예를 하지 않게 되자 먹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게 되었다. 붓글씨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라는 것만 생각날 뿐 사용했던 기억조차 희미하다. 요즘 세상에 ‘먹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 또 옛날 먹과 요즘 먹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상묵 장인이 학생들에게 먹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많은 전통문화처럼 먹도 우리 곁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고 화려한 필기구가 우리 주변에는 지천으로 널려있다. 특히 지구 건너편 소식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먹을 일일이 찍어 한글자 한글자 글씨를 쓴다는 건 어쩌면 구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말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것이야말로 ‘발전’이라고 외치며 우리는 전통문화의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다. 우리 문화의 근간이 되는 ‘뿌리’나 ‘근본’이 되는 것들조차도.

먹은 과거 우리 문화의 근간이었다. 이른바 문방사우의 하나로 선비라면 누구나 소중히 여기던 필수품이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먹 체험장 운영

요즘 세상에 전통방식으로 먹을 만들고 특히 먹을 보급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먹에 모든 것을 걸고 먹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뿌리’ 또는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바로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먹장 한상묵 장인이다.

특히 그는 최근 청소년들을 위한 먹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먹 체험장에서는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과 아교, 향료가 섞인 반죽을 이용해 먹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 먹으로 다양한 장식품을 만들 수 있는 것. 한상묵 장인은 “전통 먹에 우수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며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먹의 우수성을 알길 바랍니다. 먹의 활용도는 매우 다양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체험학습은 단체로 신청해도 되고 개인적으로 해도 된다.
 

먹 건조실


30년 세월을 먹과 함께하다

한상묵 장인은 1987년 30살에 당시 이모부가 운영하던 먹 공장에서 처음 먹을 접했단다. 전국은 물론 세계를 돌며 한국 고유 전통 먹 자료들을 수집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통 먹에 대한 자료들은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에까지 가서 먹에 대한 자료들을 조사했죠.” 한상묵 장인은 이후 청주대, 카이스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정부기관, 교육기관들과 함께 전통 먹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금속활자에서 채취한 시료 덕분에 마침내 전통 먹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2006년 경기도 명장으로 인정받은 이후 2010년에 음성, 현재 취묵향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고용노동부 숙련기술전수자로 지정되면서 장인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규장각 복원사업 및 조선왕조실록 복제품 인쇄, 팔만대장경 인쇄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먹 만드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

먹을 만드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먹 제조과정은 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채취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보통 소나무 3그루에서 5그루를 열흘 이상 태워야 먹 한 개 분량의 그을음을 채취할 수 있다. 그을음 채취 후에는 그을음에 아교와 향료를 섞는다. 그 후 반죽과 건조를 반복한다. 한상묵 장인은 “먹은 상태에 따라서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걸려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먹은 고작해야 40~50개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건조는 먹 제작에 가장 중요한 단계인데 조금만 실수를 해도 갈라지고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란다.

이렇게 먹을 만드는 과정은 고단한 노동과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먹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나 싸늘하고 박하다.

그래서 한상묵 장인은 먹을 제작하는 시간 이외에 틈틈이 체험학습도 진행하고 있다고. 이유는 단 한가지. 전통 먹에 우수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대한민국의 전통 먹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우수한 잉크입니다. 그럼에도 카본먹(석유 및 석탄으로 만들어진 먹)으로 인해 전통 먹의 대한 우수성을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전통 먹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상묵 장인은 음성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해 경북안동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먹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먹막걸리, 먹비누, 먹공예품으로 활용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먹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유일하다는 것,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힘겨운 무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소중한 것, 귀한 것이라는 칭송 이면에는 보존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무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거움이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인내와 고난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상묵 장인도 그런 무거움을 느끼고 있단다.

비록 현재는 전통먹이 과거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먹을 알릴 생각이란다. 전통먹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길 기대해본다.

최현주 기자  chjkb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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