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의 파업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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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의 파업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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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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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꼭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노사관계의 쟁의행위에서 노동자가 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만큼 거기엔 예측불가능한 희생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 일이 잘못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때문에 사측과 노조 당사자 간 쟁의행위의 최종 단계인 직장폐쇄(사)와 파업(노)은 같은 차원의 극약처방일지라도 그 성격은 극과 극이다. 직장폐쇄는 갑(甲) 위치에서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파업은 을(乙)에 있어 죽느냐 사느냐의 자진(自盡)의 문제가 된다.

이를 생각한다면 공영방송 회복과 고대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전국 지방총국 중 가장 먼저 보직을 사퇴한 KBS 청주방송의 간부 4명(유성식 보도국장, 최선희 편집부장, 지용수 취재부장, 박준규 촬영부장)의 용기는 아무리 치켜세워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잖아도 KBS는 지난 2014년, 당시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방송권 독립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 것을 주장하며 보직사퇴한 간부들을 평기자로 발령내는 무더기 보복인사를 자행한 전력이 있다. 그들의 신념이 반드시 결실을 맺어 KBS와 MBC 두 방송사가 권력의 주구를 벗어나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정치권은 또 이번 파업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은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여론형성에 안간힘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공영방송을 말아먹은 김장겸 MBC사장은 졸지에 투사가 됐다. 그가 권력의 언론탄압에 결연히 맞서는 의인이 되려면 딱 한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투표율 95.7%에 찬성율 93.2%라는 전대미문의 결과를 가지고 파업에 돌입한 사내 구성원들이 김장겸 퇴진!이 아닌 김장겸 지키기에 나선다면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언론수호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언론탄압은 백번이고도 맞는다. 그게 아니고 본인을 향한 퇴진을 내세운 파업찬성률이 93.2%인 현실에선 김장겸은 더 이상 할말이 없는 사람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사장이 부적격하니 물러나라”고 사내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막상 그 사장이라는 사람은 야당과 손잡고 정권의 언론탄압으로 매도하는 헷갈리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이들 두 공영방송의 궤도이탈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국정농단사태를 겪으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삭제하고 300여명의 어린학생들이 집단으로 수장되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그들은 박근혜 기사를 전면부로 내세우느라 안간힘이었다. 그러는 사이 말 안듣는 기자는 비제작부서로 보복인사를 당했는가 하면, 회사측에 줄을 선 후배에게 물좀 아껴쓰라고 충고한 선배는 쥐도 새도 모르기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정권의 언론탄압’은 ‘고대영-김장겸의 언론탄압’이라고 말해야 맞다.
 

사진은 MBC 파업의 첫날 장면


평생 언론에 종사한 입장에서, 보도라는 언론본연의 문제를 놓고 빚어지는 노사분규를 볼 때마다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그 조직에 어떠한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가지 축을 떠올린다.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와 그를 따르는 구성원이다. 결론은 이중 한 쪽이라도 미흡하게 되면 언론본연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후자쪽의 신념이 조직의 운명을 더 좌지우지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선 이번 KBS와 MBC의 사례처럼 최고 책임자가 적격하지 않게 되면 그 조직은 늘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이로 인한 시행착오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책임자의 일탈을 막고 견제하는 과정에선 구성원들의 희생과 출혈은 불가피하다. 이는 일반 사조직이나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최고 책임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생태와 명운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KBS와 MBC는 이것에서부터 잘못됐다. 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수장이 되었기에 지금 그 조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또 한가지는 조직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감이다. 이는 신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윗선의 지시라 해도 부당한 것은 NO!라고 대답해야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항변해야 한다. 이는 고사하고 개인의 영달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족쇄에 허덕이며 알아서 기는 언론인들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으니 이들의 무소신이야말로 조직 책임자의 일탈보다도 더 몰가치하고 반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언론에 종사하다 보면 구성원들의 무개념으로 인한 병폐가 사장으로 대표되는 리더의 일탈보다도 조직의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기에 KBS와 MBC의 파업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인 것이다. “찍소리 못하다가 정권이 바뀌니까 지랄들을 한다”는 보수쪽의 폄훼는 오히려 파업 참여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울 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큰 적폐세력은 권력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언론이다. 삼성 이재용이 구속되자마자 언론은 어김없이 예의 국민들을 향한 현혹과 기망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말이다. ‘삼성 핵심사업 中에 쫓기는 상황...5년 뒤 장담못해’(조선) ‘구글·애플은 기업 사들이는데 총수 부재 삼성은 M&A 올스톱’(중앙) ‘숨 죽이는 기업, 경제단체라도 할 말 하라’(동아)식으로 물타기를 했다.

언론의 가장 본질은 사실을 그 자체로써 우선 알리는 일이다. 평범한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영웅이 되어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이는 순전히 ‘광주학살’에 대해 진실을 보도하지 않은 한국 언론의 기여 때문이다.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보도했던 KBS와 MBC는 그 폭도들이 죽음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의 단물만을 빨아먹으며 호의호식한 그 원죄로 인해 지금 심판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 심판의 결과를 추호의 의심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 부역자 아웃!! 공영방송 쟁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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