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선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 최시선 지음 수필과비평사 펴냄

최시선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풍경 소리」, 2부 「어머니의 손전등」, 3부 「홀로 걷는 길」, 4부 「아주 기쁘거나 슬플 때」, 5부 「다행, 그리고 행복」 등으로 46편의 수필을 담았다.

최시선 수필가는 교육자다. 직업적 선입견과는 달리 아주 감성적인 심성과 폭 넓은 지식에서 연유되는 형이상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문학지나 신문지상에 발표된 것들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삶의 궤적들을 한권에 담으니 너무 뿌듯하다고 한다. 그는 글을 쓸 때 오랫동안 생각한다. 심연에서 길어 올린 샘물 같은 주제인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리고 수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원고지를 메운다. 어린 새가 수없이 날갯짓을 하다가 드디어 하늘을 나는 것처럼 완성된 작품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는 교육 현장에서 느낀 교훈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훈화가 아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삶의 형상을 소재로 삼았다. 작품의 구성과 문장력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부각 능력이 비범하고 작품의 격이 높다.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자연을 아끼고 진리와 순리를 존중하는 삶의 이야기를 탄탄한 문장력으로 풀어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솔직 담백하게 인간성 회복을 담았다.

「풍경소리」 작품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과 만나는 기쁨을 깨닫게 된다. 계약 만료로 한국을 떠나는 원어민 교사가 최 작가에게 선물한 풍경을 보며 추억을 생각한다. 풍경 아래 매달린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불가에서 세상을 일깨운다는 뜻을 가진 장엄구이다. 중생의 눈에는 풍경이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풍경이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운다고 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닫게 한다. 삶의 연륜에서 우러난 내공의 문체로 잘 익은 과일의 향기가 풍기고 그 맛이 미려하다.

내면의 갈등과 진실의 화해

「어머니의 손전등」은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인간미를 전한다. 칠순이 넘은 어머니가 허름한 연립주택 2층 계단을 오르다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다리가 완치된 후에도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무서워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최 작가에게 어머니는 신화이자 수필이자 소설이다.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어릴 적 이야기는 신화가 되어 최 작가의 수필 소재가 되었다.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옛날 이야기를 신비롭게 각색하여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엮었다. 그래서 독자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메시지가 분명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홀로 걷는 길」은 작가가 선암사를 둘러보며 도량에 심취되어 하루 묵고 싶었으나 인연이 없어 여관에서 유숙한 이야기다. 다음 날 송광사를 향해 홀로 걸으며 수행자의 삶을 체험한 소회를 문학적으로 풀어 놓았다. 내면에 자리한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며 참 나를 만나는 작가의 갈등은 우리 필부의 마음이다. 인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복을 지어야만 이룰 수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좋아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돌아설 수밖에 없다. 조계산 자락을 홀로 걸으며 찾아가는 자아의 길을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깔끔하고 부드럽게 묘사하였다.

「아주 기쁘거나 슬플 때」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자아 성찰이다. 세상을 살면서 이익과 손해, 칭찬과 비방, 자만과 분노, 즐거움과 괴로운 여덟 가지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단다. 작가는 오랜 세월 학생을 가르치며 자신도 모르게 도의 경지에 올랐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작가 내면의 갈등과 진실의 화해를 엿볼 수 있다.

「다행, 그리고 행복」은 작가가 어릴 적 다른 아이 때문에 맞은 돌팔매에 피해자가 된 이야기다. 눈에 맞지 않아 다행이라는 작가의 심성이 부처같다. 작가는 다행(多幸)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어떤 고난이 와도 다행으로 생각하는 붓다의 제자 부루나의 심성을 닮으려 한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 인간의 향기를 서정적으로 디자인하며 행복을 추구한다.

수필은 작가의 사상과 서정이 농축되어 새로운 형상으로 창조된다. 체험을 바탕으로 솔직 담백하게 삶을 노래하고, 붓 가는 대로 문학적 형상화를 꾀할 수 있어 수필을 쓴다는 최시선 작가는 학교에 ‘명상 수련반’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폭력, 가출 등으로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체벌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명상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참 교사 최시선 수필가는 ‘학교로 간 붓다’를 저술하였다. 그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에서 활동하며 청주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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