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예우법, 빛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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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예우법, 빛좋은 ‘개살구’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7.09.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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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매점 우선순위 임대계약 2016년 41건 불과
광복 60주년 기념 2005년 법 제정, 12년간 ‘수수방관’

공공기관 매점 자판기 등 운영에 우선권을 주도록 한 독립유공자 예우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후손들에게 운영권을 주는 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 매점 입찰에서 우선순위로 낙찰받기도 하지만 방학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 지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제정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에 생업지원 조항을 명시했지만 현실에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내 30개 학교 매점 가운데 독립유공자 후손과 계약된 곳은 없었다.(사진은 보도내용과 관련없음.)


지난 2005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대표발의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개정 법률은 제10조 2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기관은 매점이나 자동판매기의 설치를 허가 또는 위탁하는 경우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이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가유공자와 중증 장애인 등이 공공기관 매점, 자동판매기 운영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가장의 망명·구금 등 부재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사무전문직 진출도 어려웠다. 막노동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다보니 건강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노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겐 공공기관 매점, 자판기 운영권이 안성맞춤의 생계수단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 매점시설이라하면 국가, 지자체 또는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것으로 학교, 공원, 박물관, 예술공연시설, 지하철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피감기관 산하단체 500여개 매점·자판기 중에 독립유공자 후손이 임대계약을 체결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단재 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등을 대상으로 매점 수의계약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특히 고궁은 한국문화재재단이 독점적으로 매점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에대해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사무소는 “고궁내 매점은 단순한 식음료 뿐만 아니라 덕수궁(사적 제124호)의 문화재 홍보 및 전통문화 상품의 개발 등 전통문화 보급의 역할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론은 이같은 이유로 한국문화재재단에 무상사용 허가하기 때문에 임대계약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서너차례 협의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끌다 자판기 운영은 노동조합이 맡고 있어 계약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그랜드코리아레저(주)도 40여일간 공문을 주고받다가 결국 매점운영은 직영하므로 계약불가하다고 답했다. 이에대해 이건흥 단재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한마디로 조롱과 수모와 농락을 당한 기분이다. 엄연히 지원 근거법이 있지만 ‘노동조합이 한다, 직영으로 한다’며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우습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명예롭게 예우를 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셨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의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법적 규정은 사문화되고 만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립도서관은 오랜기간 직원상조회가 운영권을 쥐고 독립유공자의 임대신청을 거부했으나 확인결과 매점 수익금을 공무원상조회가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회식비로는 써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줄 수 없다는 속셈이다. 서울 지역 대규모 공원에서는 ‘매출 10위안의 브랜드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 신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덕수궁 매점(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독립유공자 후손 ‘공공시설 매점 등 우선 배정 법규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참여정부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이 지원받은 실적이 없음”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해 생업지원 실적을 면밀히 점검, 파악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생업지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말기까지 현실은 별로 바뀌지 않았고 독립유공자 예우는 ‘헛공약’이 되고 말았다. 독립유공애국지사유족회 관계자는 “우리 회원이 900여명이 되는데 현재 20~30명만이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매점은 정식 입찰공고가 나고 독립유공자 후손은 우선순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기회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 매점 계약을 따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에도 확인 결과 도내 9개 학교매점과 21개 자판기 중에 독립유공자 후손이 입찰계약을 체결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국가보훈처에 확인해 본 결과 2016년의 경우 독립유공자 가운데 41명이 매점 자판기 입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안정과 담당 공무원은 “작년도의 경우 국가유공자는 273명이 입찰계약을 했고 독립유공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선순위 대상자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탈북자, 모자 가정 등 폭넓다 보니 입찰 경쟁이 심한 편이다.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 등에게 수의계약으로도 공공시설 매점 사용허가를 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향후 생업지원 물량 확보가 용이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건흥 사무처장은 “독립유공자 예우법을 통해 연금혜택도 변변치 않은 후손들이 매점 자판기 운영에 기대를 걸었다. 2005년 특별법이 발효된 뒤 후손 100명이 참여하는 조합도 결성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쟁입찰에서 단 한명도 낙찰되지 못해 조합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공공기관 입찰 우선순위 대상자가 수백만명이 되다보니 하늘에 별따기처럼 된 것이다. 하지만 독립유공자 관련 단체는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부처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법 규정내에서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12년간 회피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미르재단 손잡은 한국문화재재단, 고궁 시설 독점

지난해 9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문화재재단도 입줄에 오르내렸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최순실의 미르재단과 맺은 전통문화체험관 ‘한국의집’ 위탁운영 업무협약이 문제가 됐다. 당시 미르재단은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꼴 페랑디’와 국내 진출 협약을 맺고 한식도 정규강좌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회 교문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더민주 노웅래 의원은 “한국문화재재단이 설립한지 1년도 되지 않고 아무 실적도 없는 미르재단과 업무협약을 맺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국문화재재단 서도식 이사장은 극구 부인했지만 2개월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자진사퇴했다. 문화재계에서는 그의 사임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한국의집을 비롯해 한국문화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종묘대제 등의 공연·전시 행사를 주관하고 주요 고궁의 매점을 독점운영하고 있다. 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가 주요 고궁 매점운영권의 수의계약을 타진해 봤지만 한국문화재재단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청주흥덕문화의집 윤석위 대표는 “단재기념사업회가 독립유공자 예우법에 따라 서울 고궁 매점을 알아보니 한국문화재재단이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다. 부당한 권력의 입김에 따라 ‘한국의 집’을 무상으로 내주려한 한심한 단체가 특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항일독립과 민주화 정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새 정부에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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