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포크레인만 있었어도”…충북도로 보수원 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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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포크레인만 있었어도”…충북도로 보수원 한 풀리나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7.09.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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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보수원 장비현대화 예산 통과 충북도의회 예결위 통과
“폭우 속 삽 한자루로 작업”…이광희 의원 폭로 후 공론화
지난달 24일 민주노총충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도로 복구 사업도중 사망한 도로보수원의 순직인정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다.(사진 민주노총충북본부)
지난 7월 수해를 입은 충북지역 도로 복구 작업 사진. 정작 충청북도 도로보수원들에게 지급된 장비는 미니포크레인과 같은 장비는 없고 대신 삽 한자루가 전부였다.

 

 

290㎜ 폭우에 무너진 도로를 삽 한자루를 가지고 사투를 벌이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청주 도로보수원의 비극은 사라질 수 있을까?

미니 포크레인 한 대만 있었더라던 충북도 도로보수원들의 바램이 해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1일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미니 포크레인과 컨테이너, 기타 제설장비 등 도로보수 작업도구 현대화 추경 예산이 도의회 예결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에 예결위를 통과한 추경예산은 6억원 가량으로 한 대에 8000만원 정도 하는 미니 포크레인 3대와 장비를 보관하거나 휴게실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테이너 3채를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또 겨울철 제설 관련 장비도 이번 예산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이번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삽과 빗자루에 의존해 도로에 있는 잡석과 바위를 치우고 청소를 하던 충북도 도로보수원들의 작업환경은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가 긴급하게 도로보수 작업도구 개선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경에 반영한 것은 지난 7월에 발생한 도로 보수원 사망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 7월 16일 청주를 포함한 충북지역에는 1일 290㎜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쏟아지는 물을 감당하지 못한 하수구 맨홀 뚜껑은 튕겨져 나왔고 물이 지상으로 솟구쳤다.

청주시내를 가로지르는 무심천에는 살수차가 둥둥 떠내려갔다. 산사태로 흙더미가 민가와 도로를 덮쳤다. 교량과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는 쓰러진 나무와 흙더미로 가득했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박 모 씨도 아침 6시에 비상연락을 받고 오전 7시 10분에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박 씨는 곧바로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공항대교 배수로 정비작업을 했다. 장대비는 더 굵어졌다. 오전 8시에는 오창읍 지하차도 및 내수읍 묵방리 지하차도로 옮겨갔다. 도로에 쏟아진 흙더미를 삽으로 퍼내고 각종 부유물을 치웠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 한 곳을 치우고 나면 곧장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삽 한자루로 버틴 지 10시간 째. 오후 5시에 도로사업소로 복귀해 간단히 요기를 때웠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오창읍으로 출동해 삽을 들었다. 마지막 작업을 마친 시각은 저녁 9시경. 차량 안에서 장대비에 홀딱 젖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던 박 씨는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삽 한자루로 무너진 흙더미를 치웠다.

 

박 씨의 사망을 계기로 열악한 충북도 도로관리원의 노동환경이 알려졌다. 국토부 훈령에는 도로보수원 1인당 비포장 도로는 8㎞, 4차선 도로는 12㎞로 작업구간이 정해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1인당 담당하는 구간은 25㎞. 국토부 훈령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몇 년 전까지 120명이 일했지만 직원이 77명으로 줄면서 작업구간은 늘어나고 노동강도는 세졌다.

작업도구는 더 형편없었다. 흙더미와 돌더미를 치우는 도구는 삽 한자루였다.

이런 사실은 이광희 충북도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의원은 “그동안 도로 보수원들은 미니포크레인이라도 한대 있으면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충북도에 요청했지만 예산부족이라며 거절당했다”며 “그들의 작업도구는 삽 한자루와 빗자루 하나였다”고 폭로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

이 의원은 “도로에 있는 동물 사체를 보거나 돌덩이가 물건이 놓여 있으면 눈살이 찌푸려 진다”며 “누군가는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치워야 한다. 누군가는 도로에 쏟아진 낙석과 흙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가 사망하던 날 동료의 죽음에 대해 문상도 가지 못한 채 손발 퉁퉁 부르튼 채로 대기하고 있던 도로보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들이 14시간 동안 폭우에 맞서며 무너진 흙더미를 치운 작업도구가 삽 한자루 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미니 포크레인 구입은 이제 시작이다. 120명에서 77명으로 줄어든 인원도 충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폭우 속 14시간 동안 도로 보수작업을 하다 숨진 박 씨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직처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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