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몇 년 전 본 광고에서 황인용 아나운서는 “우리나라에는 연예인도 필요하지만 과학자가 더욱 필요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요즘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장래희망을 연예인이라고 쓴데 대해 우려를 나타낸 말이다.

이런 아이들이 크면 그 꿈은 다시 현실적으로 변한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그 중에서도 공무원으로 바뀐다. 과거 1970~1980년대 두 자릿수 고도성장을 구가한 민간에 비해 공공부문 근무여건은 한참 열악했다. 대신 그 세대 공직자들은 박봉에 대한 보상성격으로 연금을 받아 한국노인 2명 중 1명이 속한 빈곤대열에서 벗어났다.

현재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혜택이 더 크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평균 임금이 민간보다 월등히 높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공무원 평균 실질연봉(복지포인트 등 포함)은 임금근로자 1300만 명 중 상위 7% 수준이다. 여기에 장기근속 이후 퇴직 시 연금 혜택이 국민연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인 관계로 노후 불안감도 덜어줘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마다 공무원 경쟁률은 높아지고 있고,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려운 구조가 됐다. 8월 2017년 생활안전분야 국가공무원 원서접수 결과 113명(국가직 7급) 선발예정에 총 1만 796명이 출원해 평균 9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충북 역시 지방직 7급 11명 선발에 1062명이 지원 96.5대 1의 경쟁을 보였다.

9급 시험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통 수십대 일의 경쟁이며, 환경연구직의 경우 1명 모집에 64명이 지원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첫 단계로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청년들의 지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 2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에게는 기회의 문이 그만큼 더 열리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하면서 서울 노량진 등 공무원,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과 수험생이 밀집한 이른바 ‘공시촌’은 문전성시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으로 공시생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낭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공직을 희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정년보장, 높은 소득, 연금 외에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 강도, 육아 휴가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펙 공화국’이 된 한국의 취업시장에서 그나마 공무원은 ‘스펙’ 경쟁 없이 시험공부로만 승부를 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높은 평생 소득과 직업 안정성은 고용주인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다.

공시생이 늘면서 실업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국가적 생산성만 좀먹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없지 않다. 나라가 잘되려면 공무원도 잘 뽑아야 하지만 민간부문이 살아나야 한다. 따라서 문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는 민간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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