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 남석교를 땅에 묻고 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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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문화재 남석교를 땅에 묻고 살다니…
  • 충청리뷰
  • 승인 2017.08.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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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꿰어 얘기 만들고 예술행사 더한 ‘청주야행’ 좋아
남문로 골목길 성이 있던 자리가 지금은 길이 돼 ‘아쉬워라’

청주길 사용설명서(8)남문로
윤석위 시인, 청주흥덕문화의집 관장

과거 성을 쌓았던 곳이 지금은 길이 됐다. 헐리지 않았다면 국보급 보물이 됐을 것이다.

청주 중앙공원 YMCA건물과 붙여 북쪽으로 복원한 청주읍성을 보노라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저 높이면 외적이 쉽게 넘어 오지 않을까?” 이 어색함은 청주의 지형과 역사를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풀린다.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잦은 홍수로 인해 바뀌는 물길과 자연현상인 퇴적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사서에 청주목 물난리로 성안으로 물이 들이쳤다는 기록이 여럿 보인다.

길이 1,783m(추정), 높이 4.8m의 청주성은 조선후기에 완성되어 전해오다가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헐리는데, 헐린지 백 여년이 지나 2013년 일부 복원된 것이다. 복구를 위한 사전발굴조사 때 현재 지반보다 1.2m 아래에 석축 기초가 나왔다. 현재 지형에 맞추어 1.2m를 높여 복원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옛 기반을 살리기로 결정해 쌓은 것이다. 그래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성곽 바깥쪽엔 약 2m깊이의 해자(垓子)가 있었다. 지금은 모두 콘크리트구조물로 덮었다.

청주약국 근처 만수집과 벌집식당

도시의 가치는 어디서 생길까? 도서관, 학교, 미술관, 공연장, 시인의 숫자? 지난 주말 3일간 ‘청주야행/밤드리 노니다가’행사가 열려 모처럼 청주시민들은 시원한 여름밤을 즐길 수 있었다. 초저녁부터 한밤중까지 이어진 행사는 시내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들을 꿰어 이야기를 만들고 예술행사를 더해 도시의 값을 높이는 기획으로 해마다 격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공원 근처에 복원된 청주읍성. 나무 왼쪽으로 읍성이 조금 보인다.

성안길 행사가 청주야행의 중심이야기가 되었다. 중앙공원의 역사와 청주동헌을 알리고 용두사지철당간의 의미를 알리는데 효과적이었고 나름 재미도 더한 행사였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교양이 넘쳐보였다.

청주성 남문은 청주약국 사거리 청주읍성 표지석에 ‘淸南門’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 좁다란 골목길은 성이 쌓여졌던 흔적 그대로이다. 성이 길이 된 것이다. 헐리지 않고 남았더라면 틀림없는 국보급이었을 보물! 옹성리였던 이곳 청주약국 골목길엔 청주삼겹살의 원조격인 ‘만수집’이 있었고 그 옆집은 국밥집으로 유명했던 ‘벌집식당’이었다. 근처에 시외버스가 서고 은행과 약국, 여관이 즐비해서 충북에서 가장 붐비던 시절이 있었다.

충북도내에 국보 12개, 청주시에 3개

철당간이 있으면 당연히 절이 있었던 곳이다. 당간은 절 문 앞에 세워져 이곳부터 ‘부처님 말씀을 듣는 절’이라는 표시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기 왜 굴뚝이 있나요?” 철당간의 기초도 성곽과 다르지 않아 약 1m쯤 지하로 묻혀 있다. 청주는 홍수가 올 때마다 무심천이 높아졌고 시내 지반도 따라서 높아져 갔다.

국보 41호 용두사지철당간.

청주시 안에는 국보가 몇 개나 있을까? 41호/용두사지철당간, 106호/청주박물관소장 계유명아미타불비상, 297호/안심사 영산회괘불탱까지 모두 세 개다. 충북엔 12개의 국보가 전부다. 국보가 되고도 남을 보물을 길 아래에 묻어두고 지내는 무심한 시민들은 누구일까? 애달픈 일이지만 그 답도 물론 청주시민이다.

성안길을 지나 곧 만나는 육거리시장 들머리 길이 보물 즉 국보저장소다. 길의 바로 아래에 국내 최장의 돌다리가 묻혀있기 때문이다. 길이 80.85m의 우아한 석교. 이보다 길고 잘 생긴 다리는 없다. 그 다리에 세워져 있던 고려견상은 청주대학교 박물관 뜰에 서 있다. 이 남석교는 철당간이 있던 용두사의 스님들이 무심천에서 물에 빠져 죽은 아이의 원혼을 달래는 울력으로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청주야행에서 들었다. 내년이 기다려지는 건 문화도시가 되려는 좋은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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