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토착비리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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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토착비리의 정치학
  • 충청리뷰
  • 승인 2017.08.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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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요즘 주변에서 부쩍 많이 들리는 단어가 있다. 토착비리다. 누가 이에 해당되느냐에서부터 지역사회에 또 한번 소용돌이가 칠 것이라는 등 등 말이 많다.

여기엔, 잘 나가는 인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질시와 험담도 개입됐겠지만 그보다는 지난 월 초 취임한 이석환 청주지검장의 발언이 큰 몫을 한 것같다.

그는 취임식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저해가 되는 부정부패를 찾아내는 검찰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면서 “사회지도층과 지역토착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부정수익은 반드시 환수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이를 보도하는 언론조차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으레 출몰하는 ‘워딩’이지만 요즘들어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토착비리 세력들이 지역사회에 이미 발호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들리고 아니면 검찰이 그렇게라도 해서 지역사회를 바로 잡아달라는, 일종의 기대감의 표출로도 보인다. 꼭 이것이 아니더라도 적폐청산과 특권없는 사회를 유난히 강조하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이념과도 맞물려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여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 지도층의 비리나 토착비리를 얘기할 때 흔히 이를 한마디로 갈음하는 말이 있다. ‘토호(土豪)’다. 간단히 말하면 재력과 위세를 내세워 지방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사람이나 세력 쯤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런데 이 토호라는 단어가 잊을만 하면 지역사회의 화두로 불거지는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관선시대에는 물론이고 민선의 지방자치 이후에도 끊임없이 거론됐다. 아니 국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그 옛날조차 호족(豪族) 등으로 상징되는 지방의 ‘토호’는 늘 국가와 사회운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방자치 이후엔 특정 지역의 의사결정 구조가 토호들과 많이 유착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어떤 곳에선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이 아예 토호세력의 사업이나 이해관계를 놓고 대변인, 심지어 로비스트로 전락함으로써 국민적 공분을 샀다. 충북 또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도 유사 사례가 종종 공론화 된다. 지방분권과 지방화시대라는 국가적 의제가 엉뚱하게도 이들 지역토호들에겐 편의적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토호 내지 토착비리 세력들은 자기생존을 위해 나름대로의 보호막을 확실히 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본(拔本)하기도 쉽지 않고 색원(塞源)은 더 더욱 어렵다. 그들은 이너서클(inner circle)을 구축해 고급정보를 나누면서 누구보다도 자기보호에 올인한다. 예외없이 지방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건 당연하다. 각종 공적 조직과 명예직을 독식 혹은 서로 주고 받으며 자신을 선(善)한 이미지로 포장함으로써 여론의 위험에 빠지는 걸 미리 차단한다. 시쳇말로 선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지역사회라는 한계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언론을 비롯한 여론 주도층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그나마 시민단체가 공론화시키려 해도 역시 좁은 지역사회가 볼모가 돼 힘에 부치기 일쑤다. 최근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적폐청산’의 가장 큰 딜레마, 즉 정작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이른바 ‘집단 침묵’의 유령이 지금도 여전히 지역사회에 꿈틀거리고 있다. 토착비리의 척결은 이래서 쉽지 않다.

토착비리를 없애는 것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다. 용기와 신념의 문제다. 누가 그 역할을 자임하든 그 비위행위에 대해 가장 정직하고 깨끗한 잣대를 들이댈 때만이 토착비리는 근절된다. 여기엔 지역사회의 총의가 오로지 정의와 진실로만 모아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바로 이 것이 지역사회를 진정으로 올바르게 세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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