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도서관의 나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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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도서관의 나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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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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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대비 도서관수 제일 많고, 도서관 대출수도 월등히 높아
1893년 문을 연 아카데미안서점 가보면 많은 출판물에 놀라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6)북유럽 편


핀란드 사람들은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이다. 그저 경험에 따른 느낌이나 수사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가 말해준다. 일단 도서관에 관한 통계를 보면 핀란드 사람들의 도서관 이용률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비슷비슷한 가운데 제일 높은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높다. EU에서 도서관에 관한 정보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EBLIDA라는 기관 도서관 통계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EBLIDA의 통계는 나라별 도서관에서 대출한 점수를 보여주는데, 인구를 대비하면 나라별 차이를 알 수 있다. 인구별로 계산해보면 도서관 이용률이 높은 북유럽국가들과 비교해도 두 배 가량 높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진행되는 헬싱키 중앙도서관 ‘00DI' 이미지. / 사진=헬싱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


겨울이 길어서 책 많이 본다고?

핀란드는 겨울이면 춥고 밤이 길어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설명이 끝나서는 안 된다. 밤이 길다고 으레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밤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영토 위에 호수가 셀 수 없이 많이 보인다. 모두 빙하가 물러나면서 생긴 흔적들이다. 기름기 없는 척박한 자갈밭이고, 추운 툰드라지대가 많다. 땅은 넓지만 인구는 겨우 500만을 넘기고 있다. 목재 외에는 이렇다 할 자원도 없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래도록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 초에 스웨덴이 러시아에 패하면서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와중에 처음으로 독립국가를 이뤘다. 독립 이후에는 우리나라처럼 좌우간의 대립으로 내전을 치르기도 했고, 2차 대전때 소련의 침공으로 영토를 많이 잃기도 했다. 그 후에는 계속 소련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올해가 핀란드 독립 100주년의 해이다. 한 번도 나라를 갖지 못했고, 처음으로 핀란드인이 나라를 만들어 100주년이 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 100주년을 기념해서 핀란드가 벌인 제일 커다란 사업이 도서관 건립이다. 2013년부터 새로운 세기에 걸맞는 헬싱키 중앙도서관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 건축을 시작해서 2018년 12월 독립기념일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세계에서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또 도서관을 짓는 것일까. 그 계획에 담긴 글을 보고 놀랐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계발의 권리를 갖고 있고, 그것을 위해 핀란드가 오래 전부터 선택해온 것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모든 사람은 도서관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그렇다. 핀란드가 도서관 국가, 책읽는 나라가 된 것은 바로 그런 철학이 정책으로 실현되어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헬싱키 중앙도서관은 헬싱키 중앙역 옆에 세워지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할까. 2019년에는 꼭 헬싱키를 가볼 생각이다.
 

유럽 최대 서점인 아카데미안서점.
2012~2013년 유럽 각국의 도서관 대출 통계./ 자료=출저 EBLIDA, 단위 백만


북유럽 최대의 서점 아카데미안

내가 핀란드 사람들의 책 사랑을 느끼는 곳이 헬싱키 시내에 있는 아카데미안서점이다. 헬싱키의 중심가에 있는 핀란드 최대의 백화점인 스토크만백화점 옆에 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보면, 출판사나 서점은 도대체 어떻게 유지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이 아카데미안서점에 가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서점은 북유럽 최고의 서점으로 손꼽힌다. 1893년에 처음 서점 문을 열었고, 1969년에 북유럽 건축의 거장인 알바알토의 설계로 지금의 건물을 지었다. 서가를 둘러보면 대부분이 전혀 짐작이 안 되는 핀란드어인지라 책을 집어들 엄두도 나지 않지만, 엄청난 출판물의 종류에서 이 나라가 대단한 출판대국임을 느끼게 된다.

나라 전체의 인구가 550만명이 안 되는데, 그중에서 스웨덴어를 쓰는 사람이 약 10%정도이고, 북쪽 툰드라지대에는 또 원주민들의 언어가 있다. 다언어국가인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어로 출판된 책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생각하니 내심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서점도 많이 이용하게 된다.

한편 핀란드는 도서관도 많지만, 도서관 간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자치단체마다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분관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치단체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용자는 필요한 경비만 부담하면 전국의 도서관을 검색해서 이용할 수 있다. 수도인 헬싱키와 위성도시인 에스보, 반타, 키우니아이엔은 헬멧(Helmet)이라는 네트워크로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치단체를 넘어 이용자중심의 운영을 하는 것이다.

핀란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람은 복잡한 절차없이 공공도서관, 연구소도서관, 대학도서관, 기업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직원들 간에, 도서관 간에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 서로 차단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관의 벽을 넘어 협력하는 것이다. 사회의 바탕에 평등과 연대의 정신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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