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파벌주의가 조직을 흔들고 있다.

통합청주시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청주시의 건강한 조직문화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시설직 직원 간에는 뿌리깊은 파벌싸움마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지난달 6일 S모 과장은 연가, 같은 과 A모 팀장과 K모 팀장은 A과장에게 관내 출장계를 내고 함께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같은 과에서 근무했던 L모 팀장이 사무관(5급) 승진해 전북 전주로 관련 교육을 받으러 가자 이를 격려하기 위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밤 사무관승진자 L씨와 전주에서 술자리를 겸한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내에선 동료가 승진해 교육을 갈 경우 나머지 동료들이 격려방문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퇴근 후 격려방문에 나서지만 A팀장 등은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이탈해 격려방문에 나선 것이 문제가 됐다. 관행에 편법이 더해진 공직기강 해이 사례로 남게 됐다.

이들의 일탈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난 이면에는 시설직 직원 간 뿌리깊은 파벌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시설직은 청주시 도시계획 및 개발, 건축, 신축 공공시설 발주 등 각종 인·허가 및 발주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파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외부 업자와 연결된 파벌싸움으로까지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엔 모 상인회에서 도시계획 관련 이권에 개입하는 업자와 공무원을 싸잡아 `도시마피아'로 규정하고, 실명을 거론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도시마피아의 존재는 민선 4·5기 청주시부터 왕왕 제기됐지만 아직 실체가 드러나진 않았다.

시청내에선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출장계 사건'도 시설직 파벌 중 비주류와 주류 측의 진흙탕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내부자가 아니라면 두 팀장의 근무지 이탈행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은 인사철마다 불거진다.

주요보직에 내사람 심기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단행된 사무관 승진인사 시에도 주류와 비주류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승진 대상자에 대한 비리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하기도 했다. 시에서는 시설직 직원 간 승진 대상자에 대한 음해로 보고 해당 공무원을 승진임용했다.

이처럼 시설직 직원 간 파벌싸움이 그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한정된 승진자리와 많은 경쟁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시청내 시설직은 토목직, 건축직, 지적직 등 3개로 분류된다. 이들은 현재 사무관 148자리 중 시설직이 갈 수 있는 자리는 37곳으로 현재 28명이 임명됐다. 세부적으론 토목직 17명, 건축직 8명, 지적직 3명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팀장(6급)급도 토목직 68명, 건축직 38명, 지적직 20명 순이다.

2014년 통합청주시 출범 후 옛 청주시-청원군 공무원 간 연공서열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불거지는 갈등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 한 공무원은 “두 팀장의 근무시간 중 근무지 이탈행위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공직기강해이 사태지만 그 이면엔 시설직 파벌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며 “시설직 파벌싸움은 골이 워낙 깊어 쉽게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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