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Q선수 ‘제명’에서 ‘근신 1년’ 롤러코스터 징계
해외대회 카지노 10분 출입 이유, 전국체전 출전도 막아

2018 청주IPC세계사격선수권대회(이하 청주 세계대회)를 앞둔 충북도장애인사격연맹이 소속 선수에 대한 징계권을 남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청주 세계대회조직위원회는 대한장애인사격연맹과 정관 개정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1년도 남지 않은 대회 준비에 적신호가 되고 있다.
 

청주시청 소속 남자 사격선수인 Q씨는 지난 7월말 충북도장애인사격연맹(회장 남연심 청주시의원·이하 도 사격연맹)으로부터 충격적인 통보서를 받았다. 내용은 오는 9월 충주에서 열리는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직업선수 입장에서 전국체전과 같은 큰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선수생명을 단축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도 사격연맹은 출전금지 조치에 대한 사유로 ‘2017년 6월 14일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상벌위원회 징계 결과 근신 1년’이라고 적시했다. Q선수가 2개월전 받은 근신 징계를 내세워 대회 출전을 금지시킨 셈이다.

하지만 Q씨에 대한 징계 자체도 동일 사안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결과였다. Q씨는 지난 2015년 12일 호주 시드니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 당시 개막식 직전 입구에 위치한 카지노장에 들렀던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시드니사격대회 개막식은 호텔 1층의 레스토랑과 카지노를 지나 반대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입장하는 구조였다. 개막식 당일 각국 선수들이 몰리면서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길어졌고 일부 선수들이 인접한 카지노에 들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Q씨도 동료선수 3명과 함께 10분 정도 머물면서 동전 몇개를 카지노 기계에 넣었다는 것. Q씨 등 일행은 대기줄이 없어지자 다시 카지노장을 나와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것.

하지만 아무 탈없이 시드니사격대회를 마친 지 5개월이 지난 작년 4월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이하 대한사격연맹)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당시 장애인선수들의 생활보조인으로 참가한 모씨 이름으로 4명의 선수가 카지노장에 출입했다는 제보가 접수된 것. 대한사격연맹은 곧바로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도박행위로 볼 수 없고 개막식에도 참석했다는 이유로 불문처리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접수됐다. 당시 집행부가 물러나고 임시대행 체제였던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은 다시 조사했고 올 3월 시·도 지부에 징계요구 공문을 보냈다.

진상조사의 주내용은 시드니대회에서 A, B, C, Q 등 4명의 선수가 개막식 직전 카지노장에 들어갔고 C(충남) Q(충북) 등 2명은 10분 정도 도박을 했다는 것이었다. 공문에는 시·도지부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여부를 판단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충북도 사격연맹은 상벌위원회 규정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도 사격연맹은 징계공문을 받은 지 며칠만에 법제상벌위원회 운영규정을 졸속으로 만들었다. 상급기관인 도장애인체육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라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 사격연맹은 3월 14일 졸속 운영규정을 만들고 하룻만인 15일 Q씨에게 법제상벌위원회 개최를 통보했다. 당시 Q씨는 병원에 입원중인 상태라 소명서를 제출하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상벌위원회는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의결하게 됐다.
 

2015년 호주 시드니장애인사격월드컵 개막식 모습.

 

Q선수 “징계권 남용” 주장

이에대해 Q선수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했고 도 사격연맹은 제명 다음 단계인 자격정지 5년으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사실상 5년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선수 생명은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격정지 5년 징계도 도 사격연맹이 자체 제정한 상벌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성추행, 성희롱 등 성과 관련된 범죄행위 중 ‘중대한 경우’에 해당하는 처분이었다.

Q씨는 대한장애인사격연맹과 충북장애인체육회에 곧바로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대한사격연맹은 ‘주의’ 조치를, 충북체육회는 ‘근신 1년, 사회봉사 80시간’ 징계를 내렸다. 상급단체의 ‘주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줄다리기에 지친 Q씨는 근신 1년 징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제명’부터 시작한 도 사격연맹의 징계 의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체육회 징계 결정 한달이 지난뒤 자체적으로 전국장애인체전 출전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출전금지 통보에 대해 Q씨는 “줄서기를 기다리다 잠깐 옆에 있던 카지노에서 장난삼아 동전 몇개 넣은 것이다. 부적절한 처신인 것은 인정하지만 대회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것은 억울하다. 원래 ‘근신’은 대한장애인사격연맹 규정에는 경징계로 구분됐는데 충북연맹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런 식의 징계권 남용으로 제3의 피해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도 장애인체육회 상벌규정에는 경징계, 중징계에 대한 구분을 따로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Q씨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도 사격연맹은 경징계에 ‘견책’ 중징계에 ‘출전정지, 자격정지, 제명’을 포함시켜 근신은 아예 징계 종류에도 없었다. 따라서 징계구분에도 없는 ‘근신’을 대한사격연맹의 경징계 규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중징계로 적용해 출전정지 조치를 내린 셈이다.

이에대해 도 사격연맹 상벌위원장 변창수 청주시의원은 “지난 3월 대한사격연맹의 징계요구에 따라 상벌위원회 규정을 만들어 진행했다. Q선수는 애초 카지노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징계위에 참석도 하지않아 ‘제명’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일부 혐의를 인정해 감경돼 근신 1년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규정을 보면 ‘징계를 받은 자는 대회 출전에 제한을 둔다’고 명시돼 있어 전국체전 출전을 금지한 것이다. 앞으로 1년간 모든 대회 참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체육회 확인결과 ‘징계를 받은 자는 대회 출전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선택적 규정이었다. 특정 선수를 겨냥한 ‘타켓 징계’라는 의혹을 벗어나기 힘든 부분이다.

카지노 출입 4명중 충북연맹만 징계
현직 시의원 회장·이사 불구 강경 징계 배경 의문

Q씨와 함께 카지노장에서 동전을 넣은 충남지역 C선수는 대한사격연맹에서 ‘혐의 없음’ 처분하고 충남사격연맹에서는 아무런 징계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사항에 대해 한쪽에선 ‘제명’ 부터 ‘근신 1년’으로 롤러코스터를 탔고 다른 한쪽에선 ‘혐의 없음’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카지노에 들어갔지만 동전을 넣지않은 A,B선수는 각각 징계 '해당없음' '주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일하게 청주 Q씨만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특히 충북연맹 임원진은 ‘혐의 없음’ 처분을 확정한 충남연맹의 사례를 알고도 ‘근신 1년’에 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추가한 셈이다. 도내 장애인체육계 관계자는 “경미한 사안을 놓고 처음부터 ‘제명’처분까지 내린 것은 상식을 넘어선 처사였다. 도연맹 회장과 이사로 현직 시의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Q선수가 연맹 선수위원장으로 회장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보니 중앙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에 휘둘린 감이 있다. 어찌됐든 전국 장애인사격선수의 대표자인 Q선수를 지역에서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무리하게 징계권을 남용한 것은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Q씨는 2002년 청원군청 장애인사격선수로 청주에 정착했고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 2012년 런던패널림픽에서 2연패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다. 현재 청주시청 소속으로 국내외 대회에서 100회 이상 입상했고 작년 4월 2016리우패럴림픽 장애인사격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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