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물상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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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물상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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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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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수필가의 수필선집 <전설의 벽>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전설의 벽 이은희 지음 수필미학사 펴냄

이은희 수필가의 수필선집 <전설의 벽>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망새, 2부 버선코, 3부 결, 4부 검댕이 등으로 구분하여 한국문화재와 전통의 혼을 주제로 한 30편의 수필을 담았다. 작가가 평소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서 보고 느낀 것을 전통과 현대, 역사와 시대의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삶의 연결고리로 풀어 놓았다.

작가는 문화재의 역사와 의의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시대의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장인 정신과 숨결을 느끼는 일이 더 소중하다. 그래서 소소한 물상과 그들의 배경이 되거나 감싸고 있는 주위 풍경을 담았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가치와 형상들은 세월에 변하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세월의 더께에 낡은 빛이 드러난 예스러운 멋을 즐긴다. 그렇다고 새것을 싫어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새것도 옛것이 되고 마는 법. 모든 만물은 돌고 돌아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점으로 돌아온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시대의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연결고리는 내 삶과 결합하게 된다.

그는 오래된 것을 만나고 돌아와 점점 잊히는 것이 안타까워 가슴에 담은 생각을 풀어놓았다. 수필을 읽으며 시대의 격변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장인의 흔적과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다시 말해 작가는 소소한 물상들에 대한 따뜻한 눈길로 한국의 문화재와 전통 혼을 느끼고자 애를 썼다. 내로라하는 문화재의 사실적 의미를 말하지 않는다. 문화재를 감싸고 있는 배경이나 작은 소품들에 관심을 두고 그 대상을 문학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문화재가 품고 있는 소재를 탄탄한 문장과 구성으로 인간성 회복과 자아 성찰로 승화하였다.

1부 ‘망새’는 각 마루의 끝에 설치하는 기와를 말한다. 직지의 본향 흥덕사지에서 발견된 도깨비 얼굴 형상의 망새를 보며 작가는 아버지의 숨결을 느끼고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평생을 그 무엇도 요구할 줄 모르고 망새의 삶을 살다간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망새를 통하여 심오한 주제를 끌어낸 이은희 작가의 그 먹먹함이 수필의 창의성과 예술성의 극치라 하겠다.

새로운 전설을 꿈꾸다

수필 <전설의 벽>은 강화도 전등사를 찾은 작가가 대웅전 처마의 나체상을 보며 도편수의 사랑이야기와 로댕의 여인 까미유를 떠올린다. 전설이 된 동서양의 진실한 사랑의 이야기를 그들의 예술혼에 담아 문학작품으로 승화하였다. 누군가에게 사심 없이 온전히 나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마음은 전설의 벽을 넘어 새로운 전설을 꿈꾸는 모든 중생의 바람일 것이다.

2부 ‘버선코’는 불국사 극락전 돌계단 소맷돌 층층다리 좌·우측에 새겨진 곡선의 무늬를 문학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손수 버선을 만드시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아련한 자기 성찰로 하늘을 본다. 팔작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도 버선코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버선코의 날아갈 듯 오른 추녀의 선은 한국 궁궐의 아름다움의 제일이라고 한다. 층층대 좌우 측면의 버선코 무늬는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여 살펴봐야 한다. 용마루 추녀의 선은 고개를 들어야 보인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소소한 물상에 문학의 생명을 담는 작가의 열정이 아름답기에 작품 또한 독자의 마음에 아름답게 담긴다.

그리고 3부 ‘결’은 깨우침이라는 주제로 탄생한 탁자를 보며 삶을 노래한다. 재료는 강원도 영월 어느 산자락에서 100여 년 자란 금강송이다. 작가는 고기 모양의 탁자를 매만지며 삶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 삶은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다.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비우며 자신만의 결을 가꾸고 있다. 나무가 가진 결처럼 인간도 그 사람만의 마음의 결을 가지고 있다. 공자는 나이 40에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수필 ‘결’을 읽으며 마음의 결을 매만져보았다.

4부 ‘검댕이‘는 이은희 작가가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슴벌레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자유를 찾기 위해 철망 상자 속에서 몸부림치다 탈출에 성공한 검댕이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자유를 향한 무모한 도전과 끈질긴 노력으로 가로, 세로 1.5㎝의 틈을 향해 굴레를 벗어난 검댕이처럼 인간의 삶은 늘 갈등의 연속 선상에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검댕이 보다도 용기없는 사람이다. 언제나 벗어날 수 있는 열린 문이 있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한다. 이제는 욕망과 순수와의 대립과 갈등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작가의 외침이 내 마음에서 메아리친다.

고귀한 체험을 통해서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진실한 작가로 거듭나고 싶다는 이은희 수필가는 청주 출신으로 충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회 무심천사랑 백일장 수필부문 은상을 비롯해 제15회 전국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 독후감공모 금상수상, 제3회 전국 독도사랑 글짓기 공모전 최우수상, 김우종 문학상 본상 수상을 하였다. 저서로 수필집 <검댕이>, <망새>, <버선코>, <생각이 돌다>, <결>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계간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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