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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의 문화발전소 ‘카펠리’폐쇄된 전선공장을 문화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변신시켜
핀란드, 인구당 도서관이 가장 많고 책 많이 읽는 나라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5)북유럽 편


유럽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핀란드 헬싱키는 한참 변두리에 있는 시골도시이다. 인구도 60만. 그만큼 크지도 번화하지도 않다. 스쳐가는 여행단의 일정표를 보면 대부분 하룻밤 묵거나 반나절 시간을 내어 몇몇 명소들을 거쳐갈 뿐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면 헬싱키는 완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헬싱키는 트램의 도시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트램 노선이 많아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트램을 타는 티켓은 트램에서 기사에게 사면 된다. 한번 타는 티켓보다는 하루권. one-day 티켓을 사는 것이 좋은데, 티켓에 적은 발권시간을 기준으로 24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트램노선도를 손에 들고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녀보자. 오늘 먼저 북유럽 최대의 문화예술창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카펠리에 가보자.
 

헬싱키의 문화발전소로 거듭난 카펠리(Kaapeli).
전선공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카펠리 내부.


문닫은 노키아의 전선공장

카펠리(Kaapeli)는 헬싱키 도심 서쪽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공장빌딩이다. 카펠리는 핀란드어로 전선공장이라는 뜻이다. 한때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였던 노키아는 바로 핀란드에서 전선공장으로 출발한 기업이었다. 1985년에 휴대폰 제조에 주력하기 위해 새로운 공장을 세우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전선공장을 폐쇄하게 된다. 도심의 거대한 공장이 방치되자 헬싱키의 예술가들이 하나 둘 빈 공간에 자리를 잡으면서 예술창고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1987년 헬싱키시에서 방치된 이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이 건물을 해체하여 호텔, 박물관, 주차장 등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미 건물에 자리잡고 있던 예술가들이 나서 단체를 결성하여 건물을 보존하면서 예술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헬싱키시에서는 결국 이들 단체의 주장대로 Kaapeli를 보존하면서 카펠리를 헬싱키 문화 활동의 중심공간으로 만드는 안에 동의하고, 1991년 카펠리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법인을 만들어 지원하게 된다.
 

카펠리에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오른쪽).


카펠리에는 현재 100여개의 아틀리에가 있고, 건축설계사, 사진작가, 음악가, 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독자적인 작업공간을 확보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상주 인원만 9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건물 안을 돌아보면 예전의 공장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 구조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고, 대형 해저광케이블을 만들던 곳을 대형 연회나 공연,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은 좋은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고, 동료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고, 강좌나 전시를 진행해서 일반인과 만날 수 있다. 시민들은 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지역의 문화발신지, 문화예술의 거점인 것이다. 카펠리내 구내식당 Hima&Sali는 헬싱키의 손꼽히는 맛집이라는 것도 덧붙여두고 싶다.

헬싱키시는 이렇게 문닫은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몇 곳 더 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 시벨리우스를 기리는 시벨리우스공원 부근에 있는 꼬르야모(Korjaamo)는 폐쇄한 전차 정차장을 문화카페로 변신시킨 곳이다. 카펠리보다는 작지만 재미있는 전시, 공연, 판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닫은 화력발전소를 문화발전소로 바꾸는 수빌라흐티.


꼬르야모와 수빌라흐티

헬싱키의 동쪽 바닷가에 있는 수빌라흐티(Suvilahti)는 화력발전소와 가스저장 시설이 있던 곳이다. 헬싱키시는 카펠리의 경험을 거쳐 이 문닫은 화력발전소 시설을 또다른 문화발전소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두 개의 거대한 굴뚝이 우뚝 서 있는 발전소 건물을 중심으로 가스저장 창고, 가스공장 등 크고 작은 11개의 건물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야외공간이 많은 이곳은 대규모 공연이나 행사를 하기에도 적합하여 카펠리와는 또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빌라흐티는 공간이 넓은 탓도 있지만, 헬싱키시에서는 서둘러 추진하는 기색도 없다. 문화공간으로 정하고 서두르지도 않고 추진하는 모습도 믿음을 준다.

더 넓게 보면 핀란드에는 시대의 변화속에 퇴역한 공간들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되살려서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사례들이 곳곳에 있다. 중부에 있는 핀란드 제3의 도시 탐페레에는 거대한 방적공장이 있는데, 그대로 살려서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되살려놓았다.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핀란드 북쪽의 라푸나라는 작은 도시에는 탄약공장을 그대로 살려 멋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많은 사례들이 핀란드의 문화수준을 보여준다. 노키아가 망하고 나니 핀란드 경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구 550만의 나라에 세계 제일의 휴대폰 회사가 차지하는 경제적인 비중이 얼마나 크겠는가는 빗대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키아가 망하면 핀란드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거꾸로 핀란드가 더 잘 나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핀란드 사람들의 창의력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대체 이런 핀란드인의 창의적인 문화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서 핀란드가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인구당 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도 핀란드이고,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도 핀란드이다. 앞으로 그 핀란드의 도서관을 구경다녀보자.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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