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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이끌 원동력: 수학적 소양오늘의 직언직썰/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현대에 수학은 인류역사의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한 가지 이유는 컴퓨터한테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일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 지식은 모두 수학이 제공한다. 모든 과학과 공학의 기초도 수학인데, 현대의 과학과 공학은 그 어느 때 보다 수학을 많이 사용한다. 국가경쟁력을 이끄는 첨단 기술도 수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도 수학을 사용한다. 주식 시장도 수학을 사용해 분석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펀드회사는 Simons라는 수학자가 운영한다. 수학이 전혀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계산 능력을 수학적 소양이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다니면서 수학시간에 계산만 하였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다. 실제로 수학적 소양은 과학자나 공학자들처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수학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는 PISA라 불리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국어, 수학, 과학에 대한 소양을 평가한다. 이 세 과목이 미래 국가경쟁력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PISA가 정의하는 수학적 소양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수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해한다. 둘째, 실증에 의거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수학을 활용한다. 셋째, 건설적이고 헌신적인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현재와 미래의 삶의 도전과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수학을 활용한다. 여기에 “계산을 잘한다”는 능력은 없다. 실제 시험에서 제시되는 문제들도 단순히 계산만 하는 문제는 없고, 상황을 제시하며 개념을 적용해야하는 문제들이다. 계산 보다는 생각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모든 수학문제를 순식간에 풀어주는 웹사이트(www.wolframalpha.com)가 있다. 방정식도 풀어주고, 미분과 적분도 순식간에 풀어준다. 요구하지 않아도 결과를 그래프로도 보여준다. 물리학, 화학과 관련된 정보, 역사적 인물들의 비교, 음악과 스포츠 등 수 많은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를 개발한 울프람은 “아이들에게 컴퓨터로 진짜 수학을 가르치기”라는 TED강연에서 수학의 역할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첫째, 적절하게 질문하기, 둘째,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수학적 모델 만들기, 셋째, 계산하기, 넷째, 검증하기. 그러면서 계산만 가르치는 수학교육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위의 웹사이트에서 “am I drunk?”라는 질문을 넣으면 마신 술의 양, 몸무게 등을 되묻는다. 그 질문들에 답을 하면 현재 혈중 알콜 농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화면에 나타난다. 원래의 질문을 혈중 알콜 농도라는 정량적 질문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세워 답을 구하고, 그래프를 통해 결과를 한눈에 보여준다.

셋째 단계는 컴퓨터가 사람의 능력을 앞 선지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수학 교육은 컴퓨터한테 질 수밖에 없는 것만 교육하고 있다. 학교에서 수학 문제는 첫째 단계와 둘째 단계는 출제자가 해결하거나 관심도 없고, 계산만 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하려면 첫째, 둘째, 넷째 단계가 훨씬 중요하다.

내 딸아이가 에너지 회사에 입사하고 3개월 후, 팀장이 부르더니 “텍사스에 유전이 매물로 나왔는데, 이 유전을 사야할지 보고서 제출해라”고 했단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수학적 소양이다. “유전을 살까?”라는 질문을 “유전을 살 경우 이득이 얼마나 있을까?”로 바꾸는 것이 첫 단계다. 이득을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둘째 단계다. 첫 단계와 둘째 단계의 단추가 제대로 꿰어지면, 세 번째 단계는 자동이다. 복잡하면 컴퓨터한테 시키면 된다. 이 모델의 타당함과 광범위한 적용성을 입증하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상사를 설득하는 작업이 네 번째 단계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수학 점수가 낮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검증하는 것은 컴퓨터가 대체할 계산 능력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일상생활에서는 문제 해결, 의사 소통, 절차의 적용 등에서 수학을 활용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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