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봉(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전문가들은 투자의사 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과 위험성이라는 용어를 구분해 쓴다. 양자간 차이는 각각의 결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할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전자는 정보가 불충분했을 경우, 후자는 의사결정자에게 필요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있는 경우 쓰여진다. 그런 점에서 위헌판결 뒤 충청권의 모든 경제예측은 당분간 ‘불확실성’을 띨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충청지역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충청도를 핫바지로 보는가? 멍청도로 취급하는 자들에게 더 이상 당할 수 없다”며 “서울로 올라가 본때를 보이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헌재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또 당했다”는 감정과 “허탈하다”는 정서가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전체 토지가격총액을 전체면적으로 나눈 평균 땅값을 비료하면 서울은 충북의 190배에 이른다. 지상의 건물가치까지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심한 부의 편중현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모순을 완화해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취지가 특별법에 담겨 있었던 것인데…충청권에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영호남 등 타지역은 새로운 공공서비스 및 시장이 지금보다 더 가까운 곳에 생기는 까닭에 인적 물적 정보자원을 보다 원활히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행정수도 문제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최근 전개된 논쟁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지방연합간 다툼의 양대구도로 이뤄졌어야 옳다. 하지만 실제론 충청도와 수도권간 다툼의 이분법으로 변해버렸다.

어쨌든 사회적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집단이 승리하는 한 소수는 늘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소극적인 안티적 존재를 향하기보다는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의향성, 즉 행동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분노와 허탈의 복합감정으로 충청지역 경제의 거품과 추락을 걱정과 불안으로 바라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기존 전략에 대한 잠재력이 탕진됐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또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정리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이 거론하는 행정타운 등과 같은 형식으로 빵 한조각에 감지덕지해서는 충청인의 자존심은 보다 깊은 상처를 입게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핫바지’를 벗어버리기 위해선 몇가지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먼저 이번 사태에 있어 무엇이 근본적인 모순인가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근본적인 변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는 확대될 것인 바, 수도권 지역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급증하는 반면 지방의 황폐화·공동화는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우리 경제가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지방은 ‘중심부-주변부’ 관계에서 후자의 지위에 놓여왔다.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심부의 자선과 동정에 기댈 수 없다. 자주성을 통한 종속극복의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본다. 지방의 자각과 홀로서기는 모든 지역의 공통된 문제의식으로 발전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행정수도는 마녀사냥식으로 중단됐다. 개혁의 벤치마킹 대상인 연암 박지원의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서도 법도가 있어야 한다”는 법고창신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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