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철 충북학원연합회장

문화적 빈곤과 박탈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빈곤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소설가이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는 유엔개발계획(UNDP) ‘빈곤 퇴치를 위한 10년 프로그램’의 친선대사로서 이렇게 말했다.

“더러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문화적 박탈 역시 빈곤의 일종이다. 나는 문맹이야말로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문자를 가진 유일한 존재다. 읽고 쓰며, 그럼으로써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권리야말로 인간의 조건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나딘 고디머가 문화적 빈곤도 빈곤의 하나라고 했지만 사실 문화적 빈곤은 빈곤의 최악이며 가장 비인간적인 빈곤이다. 문화적으로 빈곤한 민족은 물질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민족적 공동체를 유지하거나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고 다른 문화권에 포섭되어 버리고 만다. 이는 과거 중국의 청나라 당시, 한족 문화에 흡수되어 버린 만주족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반대로 문화적으로 튼튼한 민족은 일시적으로 난관과 위기에 처해도 그것을 이겨내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일제 36년의 악랄한 민족말살정책에도 불구하고 끝내 망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민족문화를 잘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의 힘은 위대하다. 그것은 국가든 개인이든 사회이든 마찬가지다. 문화적으로 건실한 인간은 닥친 현실의 난관을 이겨낼 정신적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서 살아 남아 영광된 미래로 간다.

요즘 고구려사가 자신들의 문화인양 주도면밀하게 왜곡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한 감정이 격앙되어있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중국에는 총 25개의 왕조가 있었다. 그러나 22개의 왕조는 단 50년의 세월도 못갔다. 제갈공명이 만든 나라도 40몇년만에 기를 내리지 않았던가. 이런 중국이 우리의 고구려 왕조 700년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었겠는가. 또 고려왕조 500년, 신라1000년, 조선500년, 백제700년의 왕조도 50년도 채 못 이어갔던 중국의 나라들에게 예속되었었다고 왜곡하고 있으니 이런 정신나간 주장에 열 안받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문화는 무서운 힘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문화 우습게 보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 그대로 우리는 문화, 특히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을 한시라도 늦추어서는 안된다.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해서도 절대안되며 정신적 인프라로서 거짓된 문화가 중국 내에서 자리잡기 전에 정부가 더욱 강경하게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속 시원한 대책을 수립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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