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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환수 토지 일방적 매각만이 능사냐청주 가덕면 친일환수 토지 13만여㎡ 15억원에 민간 매각
고령 신씨 문중, 독립유공자 12명 배출 항일역사기념관 제안

정부가 친일재산으로 환수된 부동산을 기금 확보 명분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일괄 공매처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에서는 독립유공자를 다수 배출한 고령 신씨 집성촌인 가덕면 청용리 13만6천㎡에 이르는 친일환수 토지가 1년전 공매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고령 신씨 문중에서는 지역 출신 독립유공자들의 복합 추모시설 건립부지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훈처는 “공매처분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훈처의 친일재산 처분 과정과 기금운용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청주시 낭성면 귀래리 단재 신채호 묘역.


지난해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청용리 일대 13만6513㎡의 밭과 임야를 예정가 14억8500만원에 공매 입찰공고했다. 낙찰자는 인근에 사는 영농사업자로 15억여원에 매입하게 됐다. 해당 토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 특별법)에 의해 환수된 친일재산이었다. 보훈처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처분대행을 맡아 공매한 것. 이렇게 공매처리된 대금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사업기금’(이하 ‘순애기금’)으로 전입된다. 순애기금은 과거 정부의 대일청구권자금과 친일재산환수자금으로 조성한 것으로 현재 627억원에 달한다. 향후 잔여 친일재산 매각을 통해 290여억원이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친일재산 특별법 제정 당시 환수재산 처분을 통해 조성한 순애자금은 독립유공자 및 유족 지원금과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현재까지 광복회관 재건축 사업 이외에 별다른 선양사업을 펼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청주 고령신씨 문중 일부에서는 가덕면 청용리 친일환수 토지 매각처분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문중 일부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보훈처에 토지우선권 매입 희망의사를 밝혔다. 매각대상 토지중 일부 농지는 마을(청용2리)에서 대대로 관리하던 토지이기 때문에 불하해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보훈처는 일반경쟁 원칙을 내세우는 한편 신청인은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라고 거부했다.

결국 해당 토지가 제3자에게 공매 처분되자 문중측은 지역 독립유공자 복합 추모시설 건립을 제안하고 나섰다. 실제로 청주 청원 출신 독립유공자 가운데 14명이 고령 신씨이며 가덕·낭성·미원면에 12명이 집중돼 있다. 문중 관계자 S씨는 “가덕면에만 신규식 선생 형제 4명과 조카 신형호 형제 3명 등 7명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으셨다. 인접한 미원·낭성면을 포함하면 고령 신씨 독립유공자가 총 12명인데 단재 신채호 선생과 신홍식 선생만이 묘역을 조성하고 선양사업을 하고 있다. 국고로 귀속된 친일토지가 지역에 있다면 독립유공자 복합 추모시설을 설치하기 안성맞춤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우리 문중에서 불하를 받았다면 일부 토지를 그런 용도로 활용했을텐데 일반 사업자에게 공매처리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6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를 설립해 친일재산 환수작업에 나섰다. 4년여에 걸쳐 친일행위자 462명과 후손 3만884명에 대한 재산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 총 168명의 부동산 2475필지를 국고로 환수했다. 2010년 활동을 마감하면서 시도별 친일토지 환수현황을 발표했다. 가장 많이 환수된 지역은 570필지 537만6345㎡를 되찾은 경기도였다. 일제하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친일파들이 주로 경기도 요지의 땅을 많이 소유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다음으로는 충남에서 504필지 241만2068㎡, 충북에서 388필지 210만3537㎡를 환수했다. 제주도는 전혀 없고 부산에선 2필지 832㎡만이 환수됐다.

광복회 충북지부 서상국 지부장은 “충북에 환수대상 토지가 많다는 것은 수만큼 수탈이 심했다고 볼 수 있다. 기금 조성의 기여도를 감안해 지역안배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청주 봉명동 광복회관 건물은 위치도 안좋고 지은 지 30년이 되다보니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중앙 광복회관 건립을 마치면 지역 회관 건물도 신축이 어려우면 리모델링 예산이라도 순애기금에서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순애기금 800여억원 가운데 450억원을 서울 광복회관 재건축 비용으로 배정했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 있는 광복회관을 허물고 지하 4층·지상 9층의 광복회관 건물을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광복회가 임대사업을 통해 자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일부 회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반대 회원들은 “친일파재산 환수자금은 원래 독립유공자 및 그 후손의 생계를 돕기 위한 것이었는데 집행부가 유족들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단재기행’의 저자 김하돈씨는 “친일재산은 일제의 힘을 빌어 백성을 수탈한 피의 대가였다. 그렇다면 국가가 일방적으로 팔아치울 자격이 있는가 의문이다. 당연히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처리 및 기금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게 순리였다. 공매 대상인 친일재산 토지 가운데 상당부분이 임야인데 전국의 공매자들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국 친일재산이 투기성 자본가들의 먹이감이 된다면 이 또한 부끄러운 일 아닌가?”고 말했다. 보훈처는 8일 취재진이 요청한 순애기금운용심의회 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담당 공무원은 “심의 공정성을 위해 명단 공개는 곤란하다. 현재 광복회관 건립사업 이외에 추모시설 등을 위해 순애기금을 편성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순애기금으로 독립유공자 및 유족지원사업 이외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독립운동관련 문헌발간, 독립유공자 묘소관리, 광복회관 재건축 등이 있으며, 향후 여유자금 추이에 따라 국민이 공감하는 독립정신 계승사업을 추가 발굴 계획 및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제 당시 청주 가덕면 고령 신씨를 산동 신씨로 부르기도 했다. 당시 ‘산동삼재(山東三才, 산동의 세 천재)’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신채호·신석우·신규식의 모습.


충주에 6개 시·군 항일운동역사관 문연다
광복회 충북북부연합지회, 13억 재원 확보 건물매입 완료


광복회 충북북부연합지회가 충주시를 비롯해 제천시, 단양군, 음성군, 증평군, 괴산군 등 6개 시·군 독립운동 자료를 전시할 항일운동역사관 건립사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북부연합지회는 사업비 13억원을 들여 기존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사업비 가운데 5억원은 충주시가 5억원은 충북도가 지원했다. 나머지 3억원은 정부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는 것.

당초 5억원의 교부세를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미친 셈이다. 항일운동역사관의 특성상 보훈처의 순애기금 지원이 가능한 사업으로 판단됐다. 이에대해 북부지회 관계자는 “순애기금은 국책사업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요청하지 않았다. 지역의 시설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협조를 요구했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내년에 6개 시·군 지역 항일의병과 독립운동 관련 70여종, 300여 점을 전시해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독립유공자 손병희, 신홍식, 권동진, 권병덕, 신석구 등 5명을 배출한 청주시는 우암산 추모공원 이외에 역사전시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충북북부지역에서 항일독립역사를 밝힐 기념시설을 먼저 선보이게 됐다. 결과론이지만 독립유공자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가덕면 친일환수 토지가 항일운동역사관의 최적지가 될 수 있었던 셈이다. 고령 신씨 문중측은 “우리가 토지 확보에 실패했지만 청주시가 나서서 공매된 청용리 땅을 회수하길 바란다. 지자체 보조금과 보훈처의 손애기금을 합친다면 후대에 남을 지역의 항일독립역사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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