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막말성 질책을 받았다고 폭로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이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며 소위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 내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강 학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8일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모 경감은 지난 7일 저녁 전·현직 경찰관 1만2000여명이 가입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즉각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필요한 수사와 추가적 감찰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경찰학교 장비계장 재직 시절 강 학교장의 처신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지난 4월 한 달간 대기발령을 받은데 이어 5월에는 감봉 2개월과 전보조치 등 문책성 징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현직 경찰 간부다.

  김 경감은 올해 2월 강 학교장이 지시한 교내 목욕탕 설치와 관련된 내부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직원이 접근성이 좋은 체육관 내 설치를 선호한 것을 두고 "민중은 현명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문제삼아 강 학교장이 업무태도 등을 거론하며 모욕을 줬다는 게 김 경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강 학교장은 "특정 장소에 목욕탕을 만들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고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 설치했다"며 "김 경감에 대한 징계 사유에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징계와도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경감이 수사구조 개혁 세미나에 참석한 것에 대해 강 학교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김 경감을 무시하는 듯한 막말을 한 뒤 나중에 논란이 일 것을 염두해 '없던 일'로 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경감은 "제 사무실 직원에게 '자기 일도 못하면서 수사구조개혁 세미나에 왜 가냐'는 막말을 해 저를 모욕했다"며 직분의 무게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비판한 뒤 "강 학교장이 부적절한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 말을 들은 직원을 회의에 불러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에 카니발(관용차) 사적 이용 의혹이 보도되자 차량업무 담당자를 불러 4시간 동안 추궁하고 다음날 전체 회의석상에 불러 재차 추궁하고 모욕하는 등 갑질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형사 비노출용 차량인 카니발을 정수 외 초과로 배정 받은 후 그 대가로 예산을 변칙처리해 00만원 상당의 참외 00박스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학교장은 "김 경감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통보했었다"며 "김 경감이 처리해야 할 본인의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행사에 참석하려한 사실을 알고 직원들을 시켜 만류했지만 김 경감은 끝까지 불응했다"고 해명했다.

  강 학교장은 "직원들에게 김 경감이 왜 세미나에 참석하는지 알아보는 취지로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무시하는 듯한 막말을 한 적도 없고 막말을 없던 일로 하자고 회유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징계 및 감찰 과정에 대해서도 양 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 경감은 "대기발령, 관련자 회유, 제보자 색출작업 등 갑질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내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저의 진정에 따라 경찰청 감찰 조사가 시작됐고 민원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경감은 "한 달이라는 대기발령을 받은 뒤 다른 사무실에서 유령으로 살아가며 참담한 조치에 몸무게가 10㎏나 빠지고 그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면서 강 학교장의 '갑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강 학교장은 "실제로 몸무게가 10㎏나 빠졌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당시 징계 처분 과정에서 경찰학교에서 직접 징계하면 보복성 징계 논란이 일 수 있어 본청 감찰과에 징계를 요청했다"며 "경찰청에서 징계하려하자 김 경감이 뒤늦게 집무실로 찾아와 '잘못을 인정하고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다'며 오히려 선처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래 중징계가 가능했던 사안이었지만 김 경감이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고려해 경징계인 감봉 2개월로 수위를 낮춘 것"이라며 "징계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위해 일부러 민간위원까지 참석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최근 강 학교장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이 끝나고 국무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의 징계처분을 앞둔 시점에 이 청장의 '민주화 성지' 막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김 경감은 "이 시기에 광주 민주화 성지 SNS 삭제 논란이 일고 있는 그 배경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경찰청장 흔들기는 아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작동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대해 "갑질로 인한 피해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중앙경찰학장 직을 유지시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갑질로 인한 피해자들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강 학교장에 대한 대기발령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 학교장은 거꾸로 "김 경감이 이 시점에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김 경감에 대한 징계 처리 과정이나 결정에 있어서 문제가 될 소지나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학교장은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사건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은 이철성 경찰청장으로부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막말성 질책을 당했다고 최근 주장했다.
  
  반면 이 청장은 "당시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여기에 이번 강 학교장 갑질 논란까지 가세해 경찰 조직 내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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