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의 편집인

신행정수도 건설 불발이란 예상 밖 사태가 다양해야 할 지역사회의 관점을 독점하고 있지만, 어느 현안보다 현실적이면서 첨예한 공론들이 들끓고 있는 교육문제를 지금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특히 내년도 충북교육정책의 최우선 중점을 학력제고에 두겠다는 김천호 교육감의 최근 발언은 당연한 가치의 재확인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주목을 끌고 있다. 사회전체가 그렇지만 교육계만큼 진보주의적 교육관과 학력향상을 우선순위에 두는 전통적 교육관이 충돌하는 곳도 드물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의 학력신장 우선주의 천명은 역설적으로 충북 교육계가 ‘열린 교육’, ‘학생 중심 교육’을 주창하는, 진보성향의 지적 분위기에 더 친숙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지역교육계 책임자 몇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들의 거침없는 토로는 기자를 놀라게 했다.

“충북의 학력이 전국 꼴찌라는 뉴스를 보셨죠? 이런 현상에 왜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교단에 팽배한 진보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교실을 찾아가 보세요.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애들이 떠들고 장난치고 버젓이 딴 짓을 하는 사례가 많아요. 그래도 교사들이 별 제지를 안 합니다. 잘못 꾸지람을 했다간 되레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박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기의 순수성은 불문하고 ‘매’를 들었다가 곤욕을 당하는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요.”
보수적인(?) 원로들의 이런 발언은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 지역교육장의 다음 말은 정말 의외였다.

“교사들의 자기 헌신이 옛날 교사들보다 퇴색한 것도 문제입니다. 탄력근무제라는 이름아래 여름철 경우 한창 밭일 등으로 분주한 지역주민과는 유리된 채 오후 4시 30분에 ‘칼퇴근’하는 농촌학교도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가 학교와 선생님들을 존경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전국에서 유독 충북만이 ‘0교시’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극심한 소모전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또 교사평가제 도입은 ‘평등’을 주창하는 목소리들에 막혀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게 학생들이 원하는 것만을 가르칠 순 없잖습니까.” 그는 “인류의 지식축적이 무섭게 배가되는 21세기에서 후손을 1등 세계시민은 둘째치고 낙오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학력을 배양시켜야 할 의무가 학교에겐 주어져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학생은 물론 교사집단에도 경쟁논리가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열린교육을 가장 먼저 실천한 미국이 부시대통령 들어 학력신장을 위해 ‘어떤 아이도 뒤쳐지게 하지 않는다’는 뜻의 ‘교육개혁안(No child left behind)’을 제정해 교사들을 ‘채근’하는 것이나, 영국 중국이 일정수준 미달 학교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재생 가능성이 희박하면 폐쇄하는 제도(Failing system)와 ‘과학 기술이 나라를 살린다(科技興國)’는 구호로 무장하는 것을 보면서 원로교육자의 토로가 결코 빛바랜 보수주의자의 과장만으로 들리지 않았다.

공립학교 교사 40% 정도가, 나아가 진보주의자 클린턴 전 대통령조차 엄청난 비난을 무릅쓰고 공립보다 명문대 진학성적이 뛰어난 사립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는 게 미국사회라는 뒤이은 설명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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