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이번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지역에서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원들에게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4명과 도청 관광과 공무원 1명, 도의회 사무처 직원 3명 등 9명은 지난 18일 8박 10일 일정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은 박봉순(청주 가경, 강서1동), 박한범(옥천), 김학철(충주) 등 자유한국당 도의원 3명과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 씨다. 16일 쏟아진 폭우로 청주 및 도내 곳곳이 사상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은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이들은 유럽의 문화, 관광산업 등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연수에 나섰지만 첫날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개선문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로마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성 로렌초 대성당, 피사의 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을 방문하는 등 일반 관광상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정을 잡았다.

도는 폭우에 따른 인명 피해를 4명 사망, 1명 실종으로 공식 발표했고 각 언론을 통해서도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이들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에는 사망 2명, 실종 3명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인명 피해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생각난다. 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파장은 더 커졌다. 김학철 도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을 설치류인 ‘레밍’에 비유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비난여론은 극에 달했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박봉순, 최병윤 의원은 20일 조기 귀국했다. 이들은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다음날인 21일부터 청주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식어버린 민심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국민적 공분을 산 장본인 김학철 의원은 22일 오후 귀국했다. 그 역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는 “해당 도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운동에 나서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관광문제 및 막말파문은 충북도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 3월 충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내려져 국내 경제와 관광산업이 위축됐을 때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으로 국외 연수를 다녀왔다. 주로 행사장이거나 관광지화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2015년에도 산건위 소속 의원 8명은 미국, 캐나다 등을 다녀왔다.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같은 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보고서에는 방문국가의 탄생유례와 역사 등 국가 소개를 담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관광 책자에서 흔히 찾아볼 수 내용이었다.

해외 연수 기준도 변경했다. 3인 미만이 국외 공무연수를 했을 경우 심사를 받았는데 10인 이하로 바꿨다. 의원들의 해외 연수 대부분이 위원회 별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광역의원들과 기초의원 모두 집행부를 견제하고, 시민들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자리다. 언행이 불일치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의원들에게 주는 심판은 하나다. 다음 선거에서 뽑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시민들의 무서움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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