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 오창공장 문서파쇄 현장 페이스북 통해 실시간 생중계
도청장치는 익산공장인데, 청주오창공장이 왜? … 의혹 증폭

21일 LG화학노조(위원장 장필상)은 노조 소식지를 통해 익산공장에서 발생한 불법도청사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LG화학노조 소식지

LG화학의 노조 도청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LG화학이 노사 단체교섭 도중 노조 회의공간에 도청장치를 설치한데 이어 청주 오창공장 노무관리부서에서 문서를 파쇄하는 현장이 노조원에 발각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LG화학노동조합은 불법도청장치 설치와 문서 파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저녁 7시경 LG화학노동조합 간부들은 오창공장 노무관리 부서를 급습했다. 노조가 노무관리 부서를 기습적으로 방문한 것은 각종 노무관련 서류를 긴급히 파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에 따른 것.

LG화학 노조간부들이 방문할 당시 노무관리 부서 사무실에는 문서 파쇄기를 통해 파쇄된 종이를 담은 비닐주머니와 미처 파쇄하지 못한 문서 등이 쌓여 있었다.

일부 간부는 당시 상황을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했고 현장은 고스란히 외부로 공개됐다.

노조 간부가 생중계한 화면에는 이미 파쇄된 문서가 담겨있는 비닐 주머니, 문서 파쇄에 사용된 문서파쇄기가 여과 없이 보여졌다.

노조 간부들은 사무실에 있는 노무관리 부서 담당자에 파쇄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졌고 직원들은 노조간부를 제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양측은 서로 뒤엉킨 채 고성이 오갔고 이 같은 상황은 상당 시간 지속됐다.

노조는 문서파쇄현장에서 미처 파쇄 되지 않은 문서 상당량을 입수하고 현재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노조는 현재 입수된 문서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노조관계자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로 의심될 만한 문서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화학 노무관리 부서가 왜 문서파쇄에 나섰는지 의문은 커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파쇄가 진행된 시간은 통상근무시간이 아닌 저녁 7시 이후였고 문서 파쇄 부서가 노무담당 부서였다는 점에서 불법도청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문서를 파쇄한 시점인 24일은 LG화학 노조가 서울 본사를 항의방문 했던 날이기도 하다.

또 도청장치가 발견된 곳은 LG생명과학 익산 공장이라는 점에서 굳이 청주 오창에 있는 노무관리부서에서 긴급히 문서를 파쇄 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LG화학이 설치된 도청장치와 관련해 노무관리 부서 직원이 설치했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여서 불법도청과 문서파쇄가 연관됐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오창공장 관계자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해오던 차원인데 노조가 과한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불법도청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불법도청에 이어 의문의 문서 파쇄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LG화학 노조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불법도청 등 노사 신뢰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조만간 조정신청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도경영과 인화로 널리 알려진 LG화학. 노조에 대한 불법도청 등 회사의 무리수가 드러나면서 노사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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