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학부모단체 급식토론회서 정치편향 논란…일부 학부모 반발 퇴장
현직교장‧교총회장도 참석…토론회 좌장은 태극기집회 사회자가 맡아

19일 충북지역 학부모단체는 충북도의회 회의실에서 학교 급식토론회를 열었다.

충북의 학부모 단체가 주관하고 현직 교장과 교총회장이 참여한 토론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학부모 참석자들이 항의하고 퇴장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적 편향 논란과는 별개로 발제자가 “초등학교만 나오면 누구나 밥을 할 줄 안다”, “얼굴이 반질반질 한데 무슨 조리원이냐?”는 발언해 급식조리원을 비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9일, 관광성 해외연수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충북도의회 회의실에서 ‘학교급식개선을 위한 특강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충북에 있는 학부모단체가 주관했다. 충북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대표 황동민),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대표 권기창), 충북학교아버지연합회(대표 조신희) 등 3개 단체가 주관했다. 행사현수막에는 이들 단체외에도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이름을 걸었다.

이들 단체는 지난 달 발생한 학교급식종사자들의 파업을 반대했던 단체로 학교급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며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특강(발제)과 패널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는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과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맡았다.

토론회 좌장은 이재수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충북교사협) 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열린 ‘탄핵기각을 위한 충북도민 태극기 집회’ 사회를 보는 등 보수적 성향의 인사로 알려져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올 1월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특검이라 병 걸린 개들의 광란”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또 “대한민국을 증오와 혐오로 가득 채우는 촛불의 실체”라는 주석을 달고 일베 저장소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패널로는 청주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진균 충북교총 회장도 내빈으로 참석했다.

 

발제자 “문재인정부와 좌파교육감이 급식 망쳐”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은 발제를 맡은 보수사회단체 인사들이 발제도중 “급식과 직접 상관없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으로 일관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청주의 한 학교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A씨는 발제자가 “학교 비정규직 분들이 받는 월급은 지금도 과분하다. 초등학교만 나와도 밥 하는 것을 가지고 그 돈 주는 게 맞나? (학교비정규직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좌파교육감 때문이다. 좌파교육감을 뽑아주지 말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청주 모 학교 학부모회장이자 청주학교학부모연합회 임원을 맡고 있는 B씨도 “발제자가 이언주 의원을 항의 방문한 것을 언급하면서 ‘찾아간 사람들 얼굴을 봐라. 얼굴이 반질반질하다. 조리원이 아니라 그런 일(노조)만 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발제자가 “급식 조리원들은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주말이나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도 한다. 특권을 다 누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발제자가 ‘진보교육감을 뽑으면 안 된다’고 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발제자의 말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항의하고 퇴장했다.

청주학교학부모연합회 임원 B씨는 “학교급식이 중단된 것에 대해 문제점을 느꼈고 좋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다. 그런데 진행과정을 보니 모든 것을 문재인 정권의 문제, 진보교육감의 책임으로 결론 내리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았다”며 “이런 자리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식 종사자의 파업을 비판 할 수는 있지만 ‘월급 150만원, 160만원도 많다. 초등학교만 나오면 밥 할 준 안다’는 식으로 비하해선 안 된다”며 이에 항의하고 퇴장했다고 밝혔다.

B씨는 “토론회에서 퇴장한다고 말하자 일부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자신을 조롱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급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라는 권기창 회장의 얘기를 믿고 주변인 독려해 함께 참석했다. 막상 토론회 내용에 당혹스럽고 같이 동행한 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학부모연합회는 정치색을 띠면 안되는 학부모단체로 극우로 보이는 인사를 포함 보수단체 관계자들로 편향된 구성된 토론회를 했다는 것은 기획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고 의심되는 사안이다. 학부모 단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병우 교육감의 낙선 운동에 돌입한 듯한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권기창 대표, “이정도 내용 선동 아냐. 운영위원장이면 걸러 들을 역량 있어” 반박

 

일부 학부모들의 비판에 대해 권기창 충북학교학부모연합 대표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도 않았고 이날 토론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학교급식의 정책에 대해 많이 배우는 유익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권 대표는 “발제자는 내가 요청했다. 그 분들의 발제로 급식파업에 대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제자가 ‘좌파’라는 말을 세 번 정도 사용한 것 같다. 나도 굳이 저런 이야기를 왜 하나 싶었다”며 “항의한 분들이 조금 과민했던 것 같다. 운영위원장 정도라면 (발제자의 발언이) 선동이 아니라 알아서 걸러 들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급식 종사자 비하발언에 대해서는 “이언주 의원을 항의 방문한 사람들이 급식 종사원이 아니라 노조 종사원인 것 같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얼굴이 반질반질한데’ 같은 표현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탄핵반대 집회 사회자를 토론회 좌장으로 초빙한 것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향도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학교급식 파업에 대해 그 분이 속한 단체에서 우리단체와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다른 학부모단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좌장으로 초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급식파업 등 여러 사안을 봤을 때 ‘잘 생각해보고 해야 한다’는 취지일 뿐이다.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행사를 주관한 또 다른 단체의 대표자는 “발제하시는 분이 좌파라는 말을 사용하며 강연을 했다. 나도 그런 발언을 해서 중간에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며 “정치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면 할 말은 없다. 우리는 순수하게 급식의 변천사라든가 대안을 모색하는 행사로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행사를 세부적으로 준비한 것은 우리 단체가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한편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일부 임원들은 “단체 운영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학부모단체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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