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80㎜ 폭우 견디게 설계…시간당 53~72㎜ 상태에서 본격 침수

지난 16일, 청주시 일원에 내린 폭우로 충북대학교 정문 인근 지역이 물바다로 변했다.(사진 청주시)

청주시 개신지구 우수저류시설(이하 우수저류시설)은 시간당 80㎜ 폭우를 감당하도록 설계됐지만 설계용량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침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수저류시설에 대한 부실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내린 비로 청주시 충북대학교 정문 인근 지역은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1년 전 청주시가 106억원을 들여 우수저류시설을 지어놓은 상황에서 발생한 침수 사태여서 주민들이 받은 상실감은 더 컸다.

특히 침수 사태 발생 2일전 청주시는 “330㎜ 폭우에도 끄덕 없다”며 호언장담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침수사태로 청주시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우수저류시설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마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수저류시설 설계용량이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침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학교 정문 지역이 물바다로 변한 시간은 대략 7시 30분에서 40분 사이. 충북대학교 정문 4차선 교차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A씨가 상가에 물이 들어왔다고 밝힌 시각은 7시 45분 전후.

A씨는 당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빨리 가게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전화를 받은 시간은 정확히 7시 52분. 남편은 가게에 물이 들어오자 담배 등 상가 내부 물품을 정리한 뒤에 A씨에게 전화를 한 것이어서 침수가 시작된 것은 이보다 더 앞선 시간이다.

A씨의 가게는 인근 도로보다 30㎝ 정도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도로가 침수한 것은 이보다 최소 10여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A씨의 가게에서 최병원 방향으로 언덕을 따라 가는 길목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8시에 이미 상가가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B씨는 “8시에 가게에 도착했는데 우리 가게는 물에 잠겼고 이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상가까지 물이 찼다”고 밝혔다.

충북대학교 정문에서 공단오거리 방향으로 50여m 지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가 가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도로보다 50cm 정도 더 높지만 이미 가게까지 물바다로 변했다. 이를 감안하면 상가보다 낮은 도로는 이미 침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충북대학교 정문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변 상가에 침수가 시작된 것은 7시 45분 전후. 상가가 도로보다 지대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도로가 침수되기 시작한 것은 7시 30~40분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이보다 더 앞선 시각에 도로가 침수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이 시간대 누적 강우량은 얼마나 될까.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16일 오전 6시 30분부터 7시 30분 사이 한 시간 동안 내린 비는 53.3㎜. 또 6시 40분부터 7시 40분까지 내린 강수량은 72.5㎜로 나타났다. 모두 우수저류시설 시간당 설계용량 80㎜에 못 미쳤다.

이날 청주시에 기습폭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오전 7시로 나타났다. 16일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22.9㎜에 불과했다. 7시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8시까지 86.2㎜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후 8시부터 9시까지 59.2㎜, 9시부터 10시까지 51.7㎜, 10시부터 11시까지는 67㎜가 내렸고 이후 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시간당 80㎜ 이상 쏟아진 시간은 단 한 시간. 하지만 8시 이후에도 충북대학교 정문 인근 지역은 물이 빠졌다 다시 차오르기를 두 차례 반복했다.

한편 청주시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해마다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던 충북대학교 정문 앞이 강수량 330㎜에도 끄덕 없는 비밀. 청주 도심지의 침수로 발생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우수저류시설 덕분에 게릴라성 폭우에도 끄덕 없답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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