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주국가산업단지 폐수처리장에서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끊어진 배관 사이로 쏟아지고 있다. 바로 뒤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충청타임즈 제공>

“우리가 관리만 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17일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청주국가산업단지폐수종말처리장을 찾은 한 청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기록적인 폭우 탓이기는 하지만 이 폐수종말처리장이 침수되면서 정화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하천으로 쏟아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는 청주시 관계자들의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직접 현장을 찾은 청주국가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그러나 이 폐수종말처리장은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지자체에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움켜쥐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청주시가 악취 민원 해소 및 지역 산업단지 공공폐수시설 통합운영을 위해 수년 동안 이관을 요구했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이번에 물난리를 만난 것이다.

청주산단 폐수종말처리장은 SK하이닉스 반도체와 지웰시티 아파트 사이인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에 있다. 지난 1987년에 지어졌고 용량 증설을 통해 지금은 하루 3만1000㎥의 산업단지 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이 청주·청원 통합으로 도심지가 된데다 시설이 노후화돼 악취가 발생하는 등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악명이 높다.

이에 청주시가 지난 2015년부터 이 폐수처리장을 인수해 운영하거나 시가 소유하고 있는 땅과 교환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는데도 정부가 전혀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시가 시 외곽에 새로 폐수처리장을 지어줄 테니 이 땅을 달라고도 했지만 환경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청주테크노폴리스가 완공되면 하루 3000㎥의 폐수가 이곳에 추가로 유입되는데다 오는 2034년에는 새로 공공폐수처리시설을 신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땅의 효율적인 사용과 앞으로 산업단지가 증가하는 청주지역 폐수처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곳에 통합적으로 지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물난리로 청주 도심에서 하루에 1만톤씩 폐수가 유출되는 사태를 목격한 시민들이 앞으로 더욱 강력하게 폐수처리장의 이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민은 “정부가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땅만 움켜쥐고 있다가 청주시민들에게 폐수만 쏟아부은 격”이라면서 “당장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여전히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환경부 관계자는 “청주시의 요구를 잘 알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산권이 달려있는 문제라 지자체로의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산단 폐수처리장 가동 중단으로 이곳에 폐수를 보내는 청주산업단지 내 51개사중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가 정상운영하고 있다.

자체 폐수처리를 강화하거나 일부 폐수를 일단 저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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