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수

아빠! 히~이~힘

결론은 완주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지난 3개월간 나름대로 훈련하였지만 혼자 하는 훈련의 한계를 확인한 대회라 생각 한다.
42살의나이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하고 42.195Km 풀코스 도전장을 냈다. 마라톤에 입문한 달림이라면 춘천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 큰 추억이라고 선배 달림이들의 이야기에 2004년 7월에 참가신청을 하고, 지난3개월간 10Km1회(00:50:52),하프2회(01:54:20, 01:51:12)의 대회에 참가했다.

이 정도면 sub4는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갖고 대회1일전 청주에서 아버님,어머님,딸-초6,아들-초5 그리고 와이프랑 원주로 향했다. 군대동기생의 만찬준비는 성대했지만 내일의 경기를 앞두고 죽 한 그릇만 비우고 소주파티를 침으로 삼키며 지켜만 보았다. 어머님과 아들의 차멀미로 인하여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을 청하였다. 대회당일 새벽5시에 기상하여 와이프가 준비해온 찹쌀밥을 콩나물국에 말어서 한 그릇을 비웠다. 춘천으로 향하는 길에 횡성에 잠시 들렸다. 대학동창생이 졸업 후 출가하여 천태종 횡성지사 광제사 주지로 있기 때문이다.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오늘의 완주를 도와달라고 우리식구들은 모두 기도하였다. 주지스님은 얼마 전 다른 곳으로 발령되어서 만나지 못하고 우리는 춘천으로 향 했다.

차안에서 어머님께서 손자에게 “병학이는 무슨 소원을 빌었어?” 라고 물으니 머뭇거리는 손자에게 “부처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않되” 라고 하니깐 아들 녀석은 “네! 저 공부 잘하고...아빠 오늘 완주하길 빌었어요...”. 코끝이 찡했다
춘천에 일찍 도착하여 오늘 달리는 코스를 드라이브하였다. 차안에서 어머님과 와이프의 걱정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차를 타고가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춘천 종합경기장에 도착하여 몸을 풀었다. 저 멀리 J그룹 페이스메이커 “오창근” 노란풍선이 보였다. 달려가서 인사했더니 반갑게 맞아 주셨다. 대회3일전 인테넷에 올라온 글을 읽고 메일을 보낸 사이인데 마라톤은 인간미가 있었다.

J그룹 출발소리와 함께 페이스메이커 옆에 바짝 붙어 출발하였다. 출발 전 하두 사람이 많아 응원 나온 가족은 아무리 찾아 봐도 없고, 경기장 문을 나서는 순간 아들 녀석 혼자 “아빠! 히~이~힘” 하는 것 이였다. 가슴이 뭉쿨했다. 5Km지점 목표시간 28분보다 1분 지연... 10Km지점 페이스메이커가 컨디션을 물어본다. “마라톤은 33Km부터래매요” 농담을 던지며 “오늘 가족들이 다 와서 꼭 완주해야 되요” 라며 힘차게 달려간다.
15Km지점 정상적으로 통과했다. 16Km지점 오르막길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반보씩 속도를 줄이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20여 미터 오르막을 오르니 갑자기 힘이 빠져버린다.
지금껏 달려오면서 페이스메이커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요리조리 헤치면서 달려온 것이 화근인 것 같다. 노란풍선이 내 눈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오창근씨 잘 가세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어차피 인생도 혼자 마라톤도 혼자 나만의 페이스로 완주만 하자 목표를 수정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20Km지점 통과 시 참쌀 쵸코파이 맛은 세상에서 최고였다. 27Km지점 터널 비슷 한거 통과 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찬 함성소리는 인간의 도전정신을 자연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30Km지점 102보충대의 군악대 음악소리를 들으며 내가마치 BC 490년 침공한 페르시아 대군을 아테네군 이 마라톤광야에서 대파 했을 때 승리를 알리기 위해 아테네성문을 뛰어가는 병사가 된 기분이었다.

소양2교를 달리 때 사진기자분들에게 멋진 포즈도 취하고 의암호의 맑은 공기를 흠뻑 취해보며 춘천역 에서 기다릴 아들을 생각하며 힘차게 달려 본다. 아! 그러나 춘천역으로 좌회전이 아니라 직진하는게 아닌가? 작년 출전선수의 이야기만 믿고 팜프렛 코스안내도를 정확히 보지 않은게 실수였다. 평화공원을 지나가도 아들녀석은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휴대폰 빌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6만명중 반 이상이 통화를 하는지 연결은 쉽게 되지 않았다. 간신히 연결 되어 통화를 하니 너무 복잡할 것 같아서 보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다. 30분 있으면 도착한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빌려준 여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머지5Km를 달려간다.

아들녀석과 마지막 5Km를 뛰고 싶었는데... 아빠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또다시 고독한 레이스를 하였다.
“다왔어요 파이팅”, “힘내세요” 여중생 자원봉사자, 춘천시민들의 함성소리에 힘이 절로 생긴다. 경기장 입구 아치를 지나 수많은 응원 해주는 사람 중에 우리 식구들은 어디 있지?두리번 거리면 달려가는데 5M앞에서 와이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 사랑해~”.
결혼 한지 13년 만에 가장 뭉쿨한 순간이었다. 눈물이 나올려고 했다. 하늘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그 순간 어머니께서도 저를 보고 “우리 아들 장하다~” 하셨다는데 전 장면이 너무 뭉쿨해 듣지를 못하였다.

이제 트랙 한 바퀴를 돌면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런 힘들 길을 선택 했을까? 다시는 도전하지 않으리... 미친 짓이야... 순간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드디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골인 지점을 통과하였다. 비록기록은(04:41:41:41) 기대에 못 미치지만 완주의 기쁨을 어찌 글로 표현하겠는가? 기록도 참 재미있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던 아내가 말 한다 “이제 마라톤 그만이지요?” 나는 무언의 대답을 하였다. “씨~발 sub4는 해야지...”

지난 3개월간 마라톤입문에 조언해주신 청마회 김진국, 송영환형님, 페이스메이커 오창근님,대회관계자, 춘천시민,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군 동기생 경태,대훈.정희친구 주희, 호균이 청석조기회 회원, 구구회 영만이, 후배 승훈이 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막내아들 완주를 위해 현장에서 1시간 전부터 눈이 빠지라 아들모습을 기다려주신 내년에 칠순이신 어머니, 아버니께 감사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사세요.
그리고, 아빠의 영원한 희망!딸(효원)아들(병학),영원한, 후원자 아내(송명희)에게 말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 정 말 이 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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