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지사 선거가 이원종 구천서의 양자대결로 압축되면서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도지사 선거는 6월 지방선거의 본류를 이루는데도 충북에선 그동안 한나라당 이원종지사의 독주로 분위기가 살지 못했다. 뒤늦게 뛰어든 구천서 전의원이 특유의 추진력으로 표밭갈이에 나선데다 자민련이 충북도지사 선거에 사활을 걸고 나섬으로써 이지사 영입 후 계속 기선을 잡았던 한나라당도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원종과 구천서는 서로 상반된 이미지로 우선 유권자의 호기심을 끈다. 97년 선거에서 소위 ‘대안론’의 여론을 타고 전임 주병덕지사에게 압승한 전력을 가진 이지사는 지난 4년간의 재임기간이 득표의 절대적인 밑바탕이 되고 있다. 뚜렷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차기선거에 대비, 원맨쇼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달변을 겸비한 정통 행정가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킴으로써 줄곧 재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던게 사실이다.

특정 후보 불가론 네거티브 신경전

현재 이지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종의 바람현상, 예를 들어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보편적 욕구가 자칫 수성(守城)의 입장인 자신에게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노풍(盧風)과 같은 성격이다. 이 때문에 이지사 선거 캠프는 현재의 대세론을 이끌어 가기 위해 상대 후보가 제기할지도 모르는 전략적 ‘이벤트’에 휩쓸리지 않을 것을 항상 환기시키고 있다. 이미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얻어맞을대로 맞은 당적이동 역시 앞으로 구천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한 변수로 꼽힌다.
공직사회, 특히 행정기관은 여론형성의 핵심을 이룬다. 이지사에겐 이런 공직 사회 각계의 인맥이 큰 장점이다. 현직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이지만 그동안 개혁적 인사보다는 관리적 인사를 중시한데 따른 결과물이다. 실제로 청주권 뿐만 아니라 각 시. 군에도 공공연히 친 이원종계로 분류되는 공무원들이 폭넓게 포진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잘 못보일라 경계

상대적으로 구천서 전의원은 공직사회에 대한 공략이 과제로 남아 있다. 행정공무원들이 향후 불이익을 경계, 선거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다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바람에 아직 특별한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도청 등 행정기관의 반(反) 이원종 정서를 자신의 지지세로 확산시키기 위한 묘책을 강구하면서도 자칫 본인의 역동적인 활동이 되레 갑작스런 변화를 꺼리는 공직사회에 부정적으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조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지사 지지자들은 이미 이를 부각시키며 의도적으로 ‘구천서 불가론’을 확산시키려 한다. 한 공무원은 “만약 구천서씨가 당선되면 도청에 엄청난 회오리가 몰아친다는 식의 악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지난 4년간 양지에만 있었던 인사들의 경계심이 많은 것같다. 공직사회의 성격상 선거 관련 발언에 조심하게 되지만 공무원들도 내심으론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마도 특정 후보에 대한 일방적 표쏠림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단 기간에 나타난 구천서“폭발력”

자민련 구천서 전의원의 활동기간은 불과 10여일 남짓하지만 이지사에게 뚜렷한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부각됐다. 단기간내에 나타난 이같은 현상에 고무된 지지자들은 지난 총선 때보다도 더 확신을 갖고 있다. 한 지지자는 “선거판에서 여러번 뛰어 본 경험이 있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이런 가시적 효과를 나타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분위기도 2년전 총선 때와는 자못 다르다. 사실 구 전의원의 총선 패배는 자기 업보 성격이 강하다. 당시엔 친구와 지인들이 가장 먼저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자만이 부른 일종의 마(魔)였던 셈이다.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 때의 경험이 이번 선거에선 반면교사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이젠 달라졌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당시 떨어져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일각에선 구 전의원의 재력에 혹한 사람들이 꼬여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비판을 가하지만 단기간 내에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벌써 충북판 노풍을 예고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총 쏘면 대포로 맞선다.

구 전의원의 최대 약점은 역시 사생활 관련 잡음이다. 한나라당이 이미 이를 문제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구 전의원측도 이지사의 사생활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만약 상대 후보측에서 이미 검증된 구 후보의 사생활을 건드린다면 우리는 더 화끈한 것을 공개하겠다. 하찮은 주변일 때문에 후보의 모든 장점이 매도당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구 전의원의 과거 사생활(?)은 지난 총선에서도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 충청리뷰가 지난 호에 이 문제를 심층 기사화하자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대부분 “이미 2년전 유권자로부터 심판받은 내용을 왜 또 거론하느냐”는 핀잔이었다. 일부는 “기사에 의도성이 있다”고까지 비난했다.
구 전의원측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경우에 따라선 사과성 발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전의원은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이와 비슷한 언사를 보였다.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지역의 한 유지급 인사는 “만약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사과성 발언을 한다면 언론도 더 이상 문제삼지 못할 것이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천서의 갑작스런 등장은 그동안 언론을 장식했던 ‘이원종타령’을 잠재우며 선거전에 색다른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이원종의 관록이냐 구천서의 바람이냐로 격론을 벌이고 있다.
도지사 선거의 판도변화는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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