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 피해자 되레 무고고소 징역 8월 집유 2년 선고
법률사무장, ‘합의하 성관계’ 주장 징역 3년 집유 4년 선고

청주 모 법률사무소 사무장과 검찰 공무원이 여고 재학중인 실습생을 유린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 5일 청주지법은 피해 여고생을 위증혐의로 고소해 무고 혐의로 기소된 청주지검 소속 수사관 A(4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앞서 실습 여고생을 성폭행한 사무장 B씨는 1심 재판부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지역언론에선 별도의 사건처럼 보도했지만 실제로 피해자는 동일인이며 1주일 사이에 두 가지 사건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월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청주지검앞 집회모습. / 뉴시스

지난 2015년 12월 청주 모 법률사무소에 여고 3학년 재학중인 C양이 실습생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출근한 지 며칠만에 청주지검 충주지청으로 사건관련 서류를 복사하기 위해 출장을 가게 된다. 법률사무소에서는 법원, 검찰청 서류 복사 업무를 대부분 여직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업무가 미숙한 여직원을 충주까지 출장가도록 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충주지청 소속 공익근무자의 도움으로 서류복사를 마친 C양에게 당시 지청 직원 A씨는 ‘저녁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C양은 공익근무자와 함께 A씨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친 공익근무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둘만 남은 상태에서 A씨의 성추행은 시작됐다. “오빠라고 불러라”라고 하면서 다가와 어깨를 만지는 등 여러 차례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 나이어린 C양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검찰 직원 A씨의 성추행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C양이 성추행의 상처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법률사무소 사무직원들의 책임자인 사무장 B씨가 숨겼던 발톱을 드러냈다. 충주 출장을 다녀오고 1주일 뒤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실습생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회식이 끝나자 B씨는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유인해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재학생이 인턴 취업한 지 한달도 안돼 충격적인 사건의 연쇄 피해자가 된 것이다. 결국 이같은 피해사실을 알게 된 C양 가족들이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피해자 조사과정에서 충주에서 벌어진 A씨의 성추행 사건도 진술받게 됐다.

관할서 변경 언론취재 피해

결국 피해자 한명에 가해자가 2명인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환통보를 받은 검찰 직원 A씨는 자신의 거주지를 내세워 청주 청원경찰서로 사건이첩을 요구했다. 이례적(?)으로 경찰이 별건으로 분리해 청원서로 넘기면서 지역언론에서는 아예 별개의 사건으로 보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A씨는 수사과정에서 “격려 차원에서 어깨를 한두번 두드렸을 뿐”이라며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불구속 기소되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 동료였던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이 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씨는 과거 A씨와 함께 충주지청에서 1년간 근무한 동료인데 강제추행이 발생한 식당의 CCTV(폐쇄회로TV)가 사건 직후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C양의 말만 듣고 사건을 마무리하려던 경찰이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고의로 폐기했다고 주장한 것. 이씨는 경찰이 증거인멸을 했다며 해당 식당의 ‘CCTV 설치 흔적 사진’까지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이 해당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식당 종업원들도 식당에 CCTV가 설치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1월 법원으로부터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나를)형사처벌 받게 할 목적으로 C양이 무고하고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며 경찰에 맞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재수사를 통해 반전을 노리던 A씨는 결국 올 2월 항소심에서 1심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강제추행죄가 확정되면서 동시에 A씨의 고소는 역으로 무고로 판명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1심에서 벌금 500만원 벌금형이면 공무원 신분유지는 가능했는데 왜 무고죄로 맞고소를 했는 지 의아한 대목이다. 결국 A씨는 지난 5일 무고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그대로 확정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다.

성폭행, 불구속 기소 의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무장 B씨도 경찰조사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청주상당서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다. 여고 실습생을 사무실 책임자가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인신구속이 이뤄지지 않자 지역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씨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현장실습 교육 과정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나 증인에게 협박이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구속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에 따라 지난해 2월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성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피해자와 합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B씨는 항소를 포기했다. 결국 범행을 부인하던 법률 전문가 두 사람 모두 징역형이라는 엄중한 법의 철퇴를 맞게 됐다. 이에대해 지역 법조계 일부에서는 “지역 법조시장의 가장 힘없는 존재가 법률사무소 여직원이다. 더구나 미성년인 실습생을 우월적 지위로 성범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형이 마땅하다. 사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경찰 조사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났어야 했는데 오히려 내식구 감싸기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직장내 우월적 지위 성범죄 ‘용서없다’
서울지법, 부하여직원 상습 성폭행 징역 5년 선고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10인 이상의 상시근로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직장 상하관계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자가 사실을 공론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들어 법원에서는 지위를 악용한 직장내 성범죄에 중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심우용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부하 여직원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이모(42)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서울의 한 제과업체 직원인 이씨는 직장 초년생 여직원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가는 길이 비슷하다”“피곤할 테니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회식이 끝난 뒤 여직원들을 차에 태웠다는 것. 이씨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즉시 문제를 삼거나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점, 일부 피해자는 1차 피해를 겪고서도 모텔에 다시 간 점 등을 들어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들의 채용, 급여, 징계, 해고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직장 상사인 이씨의 말을 거절했을 때 직장에서 괴롭힘 당할 것을 걱정했다는 진술과 피해자들의 사회생활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점 등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씨에게는 “죄질이 나쁘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중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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