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공예인들을 소개한 연지민의 <천년의 향기 속으로·전통, 세상을 잇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천년의 향기 속으로·전통, 세상을 잇다 연지민 지음 김명준 사진 디자인하우스 펴냄

연지민 작가의 <천년의 향기 속으로·전통, 세상을 잇다>는 충북지역에서 전통공예의 뿌리를 지켜가는 명장 스물두 명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공예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마을 일 곱 곳을 찾아 천년 향기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작가의 심미안으로 풀어놓았다.

작가는 전통문화 중에서도 공예의 쓰임을 이어가는 장인의 삶을 조명하였다. 공예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의 도구다. 공예는 인간의 손을 통해 삶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공예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연결고리를 위해 노력하는 숭고한 장인 정신과 예술 혼을 그만의 수려한 필력으로 진솔하게 담았다.

스물두 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이었다고 하였다. 그들의 삶은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혜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세상의 창이다. 다양한 희로애락의 긴 삶의 여정을 짧은 글에 다 담기에 역부족이었다고 하였다.

연지민 작가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그리고 신문기자다. 그러기에 작가는 대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장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표출한 문학적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함축의 묘미로 그들의 삶을 웅변하고 있다.

그는 칠십 평생 흙과 함께 살아온 오송옹기 장인 옹기장 박재환, 나무의 결과 색과 향기를 품은 둥근 미소의 부처님 목불조각장 하명석, 쇠를 구부리다 손도 같이 휘어진 70년 세월 야장 설용술, 붓 대신 인두로 못 다한 동양화가의 꿈을 잇다 낙화장 김영조, 전통 기법으로 투박해도 튼튼하게 빚어내는 쇠의 예술 야장 최용진, 장작 가마의 그을음으로 만든 꺼먹이를 아세요? 도예가 강경훈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또 세상을 건널 웃음을 깎는다 장승목각장 강성철, 빛바랜 단청을 다시 칠하기 전에 기록이 필요합니다 단청장 권현규, 순백에 앓음까지 담아낸 21세기 백자의 탄생 도예가 김장의, 쓰임이 좋은 소반의 현대적 변주를 꿈꾼다 소반장 박종덕, 평생 불을 잡고 소리를 좇은 사람 주철장 원광식, 글과 그림에 천년의 생명을 불어넣다 배첩장 홍종진, 화전민의 아들이 최고의 소목장이 되기까지 소목장 김광한, 쓸모없이 버려진 나무들에 표정과 몸짓을 찾아주는 사람 나무 조각가 한명철, 춤추듯 붓과 함께한 일생 필장 유필무, 옛 글자를 다시 새겨 선현의 가르침을 얻다 각자장 박영덕, 종이에 자연을 담다 스스로 자연인이 된 사람 한지장 이종국에 대해 썼다.

그리고 그가 전통 재료로 명품 화살 만들기 50년 궁서장 양태현, 첫눈에 반한 나전칠기에 인생을 걸다 칠장 김성호, 천 년 전통의 한지로 천 년의 미래를 열겠다 한지장 안치용, 직지에 담긴 아름다운 활자 3만개를 복원하다 금속활자장 임인호, 한 올 한 올 손으로 뽑아서 짜야 진짜 삼베다 삼베장 최문자 등 문학적 언어로 풀어 놓은 그들의 질곡의 삶을 읽으면서 한 번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충동으로 다가온다. 우리 삶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인간의 향기가 때론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하고 잔잔한 미소를 짓게도 한다.

그리움은 기다림의 시작

천년의 세월 동안 나이테를 그리며 살아온 고목처럼 그들은 그리움을 안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겸손의 위용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뿌리가 깊고 단단한 오래된 나무가 되었다. 어떠한 폭풍우가 몰려와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한 의연함이 더해져 만들어낸 그들의 삶의 혼이 자연스레 예술이 되었다. 작가는 선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공예 마을을 둘러보며 그 만의 특유의 문체로 엮어 간다. 전통은 고목의 깊고 단단한 뿌리다.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찾듯 마을의 특성을 문학적 감성으로 서술하였다.

“오래된 청주, 그리움으로 걷다 수암골 예술촌, 예술로 나눔을 실천하는 운보의 고향 형동 예술마을, 괴산의 아름다운 자연에 예술을 더하기 조령민속공예촌, 서로 다름으로 빛나는 예술꽃밭을 보러 가다 진천공예마을, 4개 전공을 갖추고 전 분야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 천년의 기술 그대로 한지를 만드는 오지마을 벌랏 한지마을, 들풀 산풀 꺾어다 세간 만들던 전통 잇는다 보은 짚풀 공예마을”등 우리 고유의 삶과 멋이 어우러진 마을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신화가 된다.

천년의 향기를 잇는 장인들의 지난한 삶의 여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에서 인생의 참다운 경지가 보인다고 하였다. 그들은 예술이 무엇인지 몰랐다. 모두 타고난 솜씨로 생활의 방편으로 보낸 인고의 세월로 묵묵히 외길을 걸어왔다. 그 질곡의 세월이 자연스레 천년의 향기를 담은 예술가로 승화하여 빛나고 있다.

또 다른 그리움을 엮기 위해 준비하는 연지민 작가는 충북 청주 출생으로 2000년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지역일간지 충청타임즈 문화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 청주지역의 문화탐방 <콩닥콩닥 휴>, 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한 <충북의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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