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체 취재하며 큰 관심, 지역사회 변화 위해 실행에 옮겨

사회적기업 10년, 나와 옥천 돌아보기(1)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얼마 전 출근 길 라디오를 듣던 중, 흘러나오는 공익광고에 나도 모르게 음향볼륨을 키웠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그가 낳은 가치를 홍보하는 광고였다. ‘아, 올해가 10주년이었구나.’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인식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옥천순환경제공동체’ 활동가로서 지금 내 삶을 있게 한 시작에 바로 ‘사회적기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기업’을 몰랐다면 사회적경제란 것을 고민하게 되지도 않았을 테고 기자 생활을 그만두면서까지 옥천에서 사회적경제 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10’이란 숫자를 받아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기념 캠페인. / 출처=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옥천이란 동네에 사회적기업, 나아가 사회적경제라는 것을 뿌리내리게 하는데 그래도 뭔가 내 역할이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괜히 뿌듯해지다가도 10년의 시간을 ‘사회적기업(경제)’이란 것을 붙들고 살았지만 이래저래 소리만 요란하게 냈지 ‘내실은 하나도 없었구나’란 생각에 자괴감도 밀려들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2007년, 나는 신문사에 갓 입사한 신입기자였다. 사실 법이 2007년 제정됐다지만 옥천에선 2009년까지도 ‘사회적기업’이란 것에 대해 별 다르게 이야기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내가 맡게 된 여러 취재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을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2009년, 지역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장애인의 권리를 주제로 기획취재를 진행하며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해 ‘청람’이라는 전남 영광군의 장애인 고용 기업을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그 기업이 바로 2007년 1월 제정돼 7월부터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제1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전국 36곳의 기업 중 한 곳이었다. 해당 사례를 취재하며 단지 ‘사회적기업’이란 단어를 기사에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그 기업의 운영 원리나 영광이라는 지역 사회에서 해내는 역할, 가치 등을 다 설명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신문사 동료들 중에서도 사회적기업에 대해 제대로 취재해보거나 공부를 해본 사람이 없었기에 ‘이 참에 내가 제대로 알아보자’ 싶어 자료를 찾고 사례를 뒤지기 시작했다.

2009년 유럽 취재 후 확신

그렇게 나와 사회적기업의 본격적 만남이 시작됐고 2009년 가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마련한 ‘사회적기업 언론인 연수과정’에 참여하며 국내와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유럽 사회적기업에 대해 학습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옥천에서 살아가는 내 삶과 생각에 아주 큰 파동이 일게 된다.

이 글을 쓰며 그때 썼던 기사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옥천에 터를 잡은 지 만 2년에 지나지 않았던 새파랗게 어린 기자가, ‘사회적기업’으로 옥천이라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어떻게 그리 확고하게 가질 수 있었는지, 또 사회적기업으로 지역경제의 틀을 바꿀 것을 어떻게 그리 당돌하게 제안할 수 있었는지 새삼 놀라워진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대전과의 통합을 희망한다’는 옥천의 현 주소는 그 결과에 대한 여타의 평가를 떠나, ‘왜 많은 주민들이 옥천의 미래를 이웃한 큰 자치단체와의 통합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가’라는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이 고민은 지역경제, 즉 지역의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지역 내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풀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열악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오는 방법도 있고 어떻게든 기업을 유치해 단 한 명의 고용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6회에 걸쳐 연재될 ‘지역, 사회적 기업을 주목하다’를 통해서는 지역경제의 틀을 바꾸는 조금 다른 방식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바로 ‘무엇이 공공을 이롭게 할 것인가’란 사회적 가치를 기업경영의 중심에 둔 사회적기업과 공동체 성원 간의 호혜정신을 토대로 이뤄지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9년 11월 ‘지역, 사회적기업을 주목하다’라는 옥천신문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썼던 머리글)

여하튼 이 연재를 신호탄으로 정말 미친 듯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면 안팎으로 쏟아냈던 것 같다. 기사를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주민들을 만나러 다녔고 어떻게든 사회적기업을 한번 만들어보자 설득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기자로서 그렇게 하는 게 옳았나 싶지만) 사회적기업 인증 서류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기자 일을 그만두면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2015년 결국 신문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다. 다음번 글에서는 ‘옥천사회적경제함께만들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내가, 그리고 옥천이라는 지역이 무엇을 해왔고 어떤 한계를 느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얼 더 꿈꾸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리 밝혀두지만 솔직히 시작은 장밋빛 그림들로 가득했지만 현실에서는 사이다 같은 전개가 아닌 고구마 같은 전개의 투성이였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애써 의미를 부여하자면 어쨌든 옥천에는 기억할 활동이 있고 크든 작든 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 활동을 함께 이야기할 ‘옥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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