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불길한 새」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 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처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 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나는 잘못 날아왔다
나는 잘못 날아왔다

─ 김성규 「불길한 새」 전문(시집 『나는 잘못 날아왔다』에서)
 

그림=박경수

혹독한 취업난과 가중되는 빈부의 격차 속에, 소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이 시대 젊은이의 절망적 초상이 어둡게 각인된 시입
니다. 점점 커지는 검은 눈송이, 몸을 웅크린 건물, 바람이 넘어지고, 무너지는 하늘 한 귀퉁이, 허우적대는 해송들, 그리고 시적 화자로 보이는 처진 날개를 흔들며 우는 불길한 검은 새 등. 이토록 암울하고 암담한 분위기는 바로 시인이 처한 현실입니다. 부조리한 사회 구조,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 현상, 헤어날 수 없는 궁핍의 늪, 사랑마저 메말라버린, 이모든 불행의 단초가 되는 비극적 상황들. 그래서 시인은‘ 나는 잘못 날아왔다’고 비명처럼 외칩니다.

침통한 현실 인식에서 나온 한 편의 시는 때로 인간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키지요. 더 나아가 우리를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려 하고, 부정적 현실을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지니게 합니다. 청춘의 꿈은 아름답지요. 끝없는 낭만과 자유로운 사유를 갈망합니다. 인습의 알을 깨고 나와 거칠것 없이 세상을 유영하고 싶어하지요. 이런 젊은이들에게 절망과 좌절의 고통을 부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회의 책임입니다. 또한 그렇게 된 까닭이 잘못된 제도와 지도층의 모순, 기성세대의 안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러나 젊은이여,‘ 절망은 또 다른 희망의 증거’라 했던가요. 지금이야말로 청춘이 지닌 동력만으로 젊은 날의 생명의 문법을 스스로 창조하려는 힘찬 몸부림이 필요한 때입니다. 엄습하는 절망보다 몇 십 배 더 차오르는 몸짓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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