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하급심 무죄 판결이 청주지법에서 또 나왔다.

올해 들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유죄를 확정한 13번째 대법원 판결이 불과 1주일 만에 하급심에서 뒤집히면서 앞으로 이뤄질 헌법재판소의 위헌 법률 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청주지법, 대법 결정에 반기(?)
2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최근 종교적 신념 때문에 훈련소 입소통지서를 받고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씨(2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대체복무제가 가능한 데도 국가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만을 실현하고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미 많은 나라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며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 양산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대체복무의 강도를 높이고 전문가 사전심사 제도를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20대에게 비슷한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논란이 되는 것은 1주일 전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후 나온 하급심 무죄 판결이라는 점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22)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처벌의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 3번째 위헌심판 결과에 주목
2004년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전국적으로 33건이다. 이 중 16건이 올해 쏟아졌다.

이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하급심의 항명 아니냐'라는 일각에서의 부정적 의견을 희석하는 대목이다.

과거와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법원 내부에서도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적 변화와 궤도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과 달리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는 탓에 사법 신뢰도 떨어진다는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

이런 까닭에 헌재의 3번째 병역법 위헌심판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 헌재는 병역법 관련 현재 관련 위헌법률심판 등 28건이 접수돼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2011년 합헌 결정에서 헌재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에서 “오래된 사건이기 때문에 검토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는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공개변론 때도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이) 부끄러운 인권 현실로 지적되고 있는데, 국가가 앞장서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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