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차별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상태바
“영원한 차별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7.06.29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돌입, 내일까지 진행…‘근속수당 차별 폐지’ 요구
보수단체 “자기 배불리려 남자식 굶겨”…김 교육감 “왜 파업하는지 이해해야”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자식 굶기고, 돌봄 교실 어린이를 방치하면서 시위현장으로 달려가는 비상식적 사고와 단체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27일 충북학교학부모대책위원회)

"학생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한 학교비정규직연대의 파업을 철회하라"(28일 충북학교운영위원협의회)

“급식차질을 앞둔 부모님의 마음은 무척 안타깝고 아프실 것으로 헤아려집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철저한 위생관리와 책임수행으로 안전사고 없는 영양급식을 이어온 급식종사자 여러분들 역시 어려운 결정으로 작은 권리 찾기에 나섰음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28일 김병우 충북교육감)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던 조리사, 사서 선생님이 어느날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학교라는 공간에서조차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수롭지 않게 해고하는 나라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까요?” 

(2016년 8월 도종환 문화부장관)

29일 파업에 돌입한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마를 앞둔 6월의 마직막 햇살은 뜨거웠고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는 오전이지만 사람들의 속까지 익힐 기세다. 위에서는 태양이 아래에서는 아스팔트 열기가 사람 겉과 속을 완전히 태울 듯 뜨겁던 날, 200여명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충북도교육청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외쳤다. “무기한 비정규직, 영원한 차별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근속수당 5만원으로 인상하라.”

29일, 충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진행한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이하 학비연대)가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공공서비스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학비연대 회원 200여 명은 이날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학비연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80% 수준까지 줄이고 동일가치 노동에는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 이 약속은 학교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교육청 또한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교섭이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났는데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교육청을 비판했다.

학비연대는 “학비노조 조합원 중 60세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조합원들도 파업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며 “엄마세대들은 평생을 비정규직 차별을 느끼며 퇴직하지만 자식세대 만큼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파업에 돌입한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파업이 학생들의 생존권을 위협”

“영원한 차별의 감옥에서 탈출하기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절한 호소와는 아랑 곳 없이 일부단체는 파업 이틀 전부터 이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27일 충북학교학부모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공무직 노조와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무리한 떼법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자세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자식 굶기고, 돌봄 교실 어린이를 방치하면서 시위현장으로 달려가는 비상식적 사고와 단체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노동자이기 전 교육의 목표와 가치를 이해하고 부모로서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예 일자리를 없애라는 주장도 내놨다. 이 단체는 "도교육청은 학교현장의 무질서와 혼란을 바로잡는 명확한 대책을 내놓고, 매년 악순환하는 학생 볼모 파업의 대책으로 위탁운영 급식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28일에는 충북도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한 학교비정규직연대의 파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에 종사하는 교육근로자라면 처우개선을 위한 합법적 파업이라도 교육권을 볼모로 한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육공무직노조와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교육현장을 지켜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노조 파업으로 학생 생존권과 교육권이 심대하게 침해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학생들이 더는 협상도구로 희생되지 않도록 '필수유지업무의 쟁의행위 제한 업종'에 학교급식업무를 추가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왜 파업에 나섰는지 이해에 달라”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자식 굶긴다.” 아무리 같은 말이라도 이정도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일부 단체의 주장은 파업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을 일언반구 받아들일 틈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파업에 들어간 학비연대의 사용자 지위에 해당하는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한 숨 고르는 의견을 내놨다.

28일 김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급식 차질에 대한 당부 말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9일부터 30일까지 급식 차질을 앞두고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며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통해 함께 행복한 교육을 실현해야 하는 교육감으로서 현장에서 들려오는 갈등의 소리는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업은 비정규직 철폐나 최저임금 1만원 등 국민의 기본 생존권 보장과 관련한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급식 종사자 뿐 아니라 일자리와 생존권에 취약한 사회 각층의 사람들에게 삶의 질을 높여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급식 미실시나 약식 실시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나 학부모님들의 불편함도 적지 않게 예상되어 교육가족여러분께 양해와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급식 차질을 앞둔 부모님의 마음은 무척 안타깝고 아프실 것으로 헤아려진다”며 “하지만 일 년 내내 철저한 위생관리와 책임수행으로 안전사고 없는 영양급식을 이어온 급식종사자 여러분들 역시 어려운 결정으로 작은 권리 찾기에 나섰음을 살펴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편 학비연대는 "2월 14일부터 6월 8일까지 11차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전체 588개 항 중 실질적인 수용조항은 15개에 불과하다"면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학비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은 정규직의 반도 안되는 장기근무가산금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근속수당으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학비연대에 소속된 충북도내 조합원은 3400여명에 달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 6곳과 중학교 2곳 등 총 8곳에서 학비연대 총파업으로 점심 급식이 중단된다.

30일에는 도내 초등학교 26곳과 중학교 16곳, 고등학교 15곳 등 총 57곳에서 급식이 이뤄지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