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무게로 환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될까...
아니 더 단순하게, 당신의 영혼의 무게는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참으로 당혹스런 질문이다.
여기 영혼의 무게에 대해, 우리 삶의 무게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있다.

   
영화<21그램>의 내용을 한줄로 묘사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교수인 폴(숀 펜)은 심장병 환자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점점 지쳐간다. 한 때 사이가 좋지 못했던 그의 아내는 그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인공수정을 통해서라도 그의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어느날 운좋게도 폴은 한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게 되고 건강도 회복한다. 폴은 궁금해 한다. 자신의 심장이 되어준 뇌사자에 대하여.

크리스티나(나오미 와츠)는 과거 약물중독의 힘든 경험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어린 두 딸과 함께 단란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뺑소니 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크리스타나는 다시금 무기력하게 세상과 등돌린채 살아간다. 남편과 두 딸을 죽인 트럭운전사가 자수했지만 그녀는 그의 처벌에 관심이 없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고, 운전사의 처벌이나 그 어떤것도 가족들을 되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남편의 심장은 지금 폴에게 가있다.

수많은 전과를 지닌 잭(베네치오 델 토로)은 이젠 신앙의 힘으로 마음을 잡고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님은 우리 머리카락 한올한올의 울림도 알고 계신다'라며 의미있는 삶을 만들려고 노력해 가지만, 어느날 실수로 인한 차 사고로 한 남자와 두 어린 여자아이를 치게 된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주님을 믿고 성실히 살려고 하던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지... 그는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이렇게 그물처럼 얽혀있는 세 인물들은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로 맞닥뜨리게 되고, 서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치유의 주술을 걸고 또 걸린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편집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 구성형식 자체로도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기막히게 서로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구성된 편집기법. 배우들의 녹녹치 않은 시선을 담은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색체감은 우리 삶의 다양한 방식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시선은 어디쯤 와 있는가. 이들 중 누구에게 가 있는가.

사랑과 복수, 죄에 대한 처벌에 관한 영화는 많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그것들의 깊이감에서 오는 무게에 대해서는 모두들 관심이 없었던 듯 싶다. 그저 눈에 보이는 현상들만이 현존하는 모든 것인양 사랑과 그밖의 것들을 떠들어 대고 있다.
우리 삶에서는 '사랑의 있고 없음'의 문제, '죄의 있고 없음'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현상들 속에서 우리의 영혼이 대처하는 방식과 시선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진실을 바라볼 때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지만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실들이 이것일 지 모르겠다.
우리의 굳어버린 사고가 가져오는 편협한 시선들 말이다.

우리는 영혼의 채움을 위해 책을 읽고 사랑을 하고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과 노력으로 우리는 영혼의 무게를 살찌우려 노력하는 듯 하지만,
여기 우리의 영혼의 무게가 단지 21그램이라고 얘기해 주는 이가 있다.
벌새 한 마리의 무게, 초콜릿바 하나의 무게에 비유되는 그것이 우리 모두의 영혼의 무게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이에 반박하며 영혼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말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심으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조용한 순간을 가져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자신의 영혼의 무게의 한없는 가벼움을...

영화가 끝난 후 우리는 똑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오늘의 당신의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그리고 당신의 죄의 무게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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