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 시민후보 ‘독자출마론’ 확산돼
청주시장 후보군 약세, 다당제 속 진검승부 기대

2018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과 시민후보 출마론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뤄낸 촛불민심을 살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시민후보로 교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 86만의 청주시는 전국적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의 선도지역으로 손꼽혀 시민후보의 선전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시민후보 출마론이 등장한 배경과 가능성에 대해 알아본다.
 

탄핵정국이 뜨거웠던 지난 4월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워크숍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격의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토론에 참석했던 A씨는 “당시 지방선거 참여방식을 놓고 두갈래로 나뉘었다. 무소속 후보의 현실적 한계를 얘기하는 쪽은 특정 정당과 후보연대론을 제기했다. 특정 정당에서 시민후보가 출마하는 지역구에 공천하지 않는 방식이다. 또 다른 쪽은 독자후보론을 내세웠다. 후보연합을 거쳐 2~3명이 지방의회에 진출한다 해도 결국 변화의 동력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촛불민심을 믿고 지더라도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당연대론과 독자후보론은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된 시민사회 진보 진영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고민에 머물렀을 뿐 어느 쪽도 현실에 적용된 적은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이력을 가진 후보가 개별적으로 특정 정당에 입당해 공천을 받은 사례는 몇차례 있었다. 하지만 2016~2017년을 관통한 촛불민심은 올해 대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혁의 열망을 연장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력보다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촛불의 힘은 다당제 구도속에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임성재 집행위원장은 ‘독자후보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동안 시민운동의 정치참여를 반대했었지만 지난 20여년간 지방자치를 되돌아보면 정당정치에 종속되고 말았다. 이젠 시민단체들이 나서 목소리를 낼 때가 됐고 지난 촛불정국에서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 적어도 지방의회는 정당공천을 배제하고 시민후보들이 나서는 게 좋다고 본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정당에 들어가면 정체성을 살리기 어렵고 각자 다른 당으로 갔을 경우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정당연대론’은 개인 차원에선 가능하지만 시민운동 진영에서 선택할 수 없다고 본다. 길게 보고 가는 것이 시민운동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차제에 지방정치를 시민운동화하는 것이다”

청주시장 선거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승훈 시장의 재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져 후보자가 난립할 전망이다. 더민주당에서는 대선 선거운동에 앞장섰던 한범덕 전 시장이 첫손에 꼽힌다. 또한 당내에서는 김형근 전 도의장과 이광희·연철흠 도의원이 청주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꼽힌다. 원내대표실 비서관으로 임명된 김 전 도의장은 청주시장 또는 총선 상당구 출마를 공언해 왔다. 상대적으로 시민사회 진영과 접촉면이 넓은 이광희 도의원은 SNS를 통해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연철흠 도의원은 중국대사로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이 지사 출마할 경우 런닝메이트로 시장 출마가 유력하다는 것.

관료출신 후보 거부감 커

한국당에서는 황영호 시의장을 첫손에 꼽고 있다. 3선 관록으로 원만하게 의정활동을 펼쳐왔고 정우택 원내대표의 신뢰가 두텁다는 강점도 있다. 교육감 출마 포기를 선언한 김양희 도의장도 시장 후보로 꼽힌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을 전격 탈당한 임헌경 도의원의 출마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외부 영입 대상으로는 더민주당의 경우 정정순 전 청주부시장이, 한국당에서는 박경국 전 차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는 현직 시장의 불출마가 점쳐지는 가운데 예상 후보군의 면면도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또한 1995년 민선 김현수 전 시장을 제외한 4명의 시장은 모두 고위관료 출신이었다. 하지만 모두 재선에 실패할 만큼(한대수는 불출마) 유권자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이에대해 지역 정치인 Q씨는 “다음 민선시장은 공무원 출신을 뽑아선 안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우리 당에서도 후보자 공천에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거론되는 출마예상자들도 정치계 인사들이고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는 여야 막론하고 관료출신 보다 정치인이 본선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는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을 비롯한 이두영 충북지방분권촉진센터장, 염우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을 핵심 주역 3인방으로 꼽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시민후보 깃발을 맡길 대표주자지만 충북도와 청주시 위탁기관장을 맡은 지 1년이 안돼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송재봉 센터장은 연내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어 지방선거 도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1989년 도내 자발적 시민단체 1호인 청주참여자치시민연대의 산파역을 맡았고 30년간 시민운동의 외길을 걸어왔다. 2012년 충북NGO센터장을 맡아 분야별, 지역별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했다.

충청대 남기헌 교수(충북참여연대 공동대표)는 20여년간 지역 시민사회운동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행정학 교수로 청주시 조직진단 용역 등을 통해 내부사정을 잘알고 있는 강점 때문에 정치권 밖의 청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명됐다. 지역 사회 다양한 영역의 인맥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노동자자주관리기업 1호 성공신화를 만든 우진교통 김재수 대표는 ‘숨은 능력자’로 알려져 있다. 10년전 부도위기의 기업을 노조와 함께 맨손으로 정상화시킨 추진력과 리더십을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한계에 부딪친 사회적 기업 청주지역공동체시민센터를 지원해 정상화시키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민후보추천위의 설계도가 정밀해야”
시민후보 내부경선, 정당후보와 단일화 제안 가능

시민사회단체의 인적 네트워크 가운데 충북NGO센터가 지난 2013년부터 해마다 배출한 충북생활자치아카데미 수료생들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6기 교육을 마쳐 총 150명이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를 공부했다. 또한 수료생 가운데 58명은 지난해 충북지방자치포럼을 결성해 지역 이슈 토론과 여론조사 등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일부 회원들은 지방의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 지방자치 현장의 ‘예비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충북지방자치포럼 우성석 대표는 “스페인·이탈리아·아이슬란드 등 유럽에서는 시민후보들이 대거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고 의회 다수석을 석권한 것도 시민의 힘이 변혁을 이끌어 낸 것이다. 내가 움직이면 청주가 바뀌고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믿음으로 풀뿌리 시민 정치 결사체를 만들면 충분히 지방의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운동 활동가 W씨는 “결국 누가 무소속 출마의 위험부담을 안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다. 누군가 해야 하는데 선뜻 나서기 힘들고 남의 등을 떠밀 수도 없다. 내년 선거가 독자후보를 낼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먼저 시민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해 지역구, 조직가동, 선거비용 등의 정밀한 설계도를 마련한다면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초의원 후보는 아파트 밀집지역에 집중시키고, 시장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나 교황선출 방식 등을 통해 내부경선을 치르는 이벤트도 효과적일 것이다. 최종 단계에선 정당 후보와 시민 후보간 단일화 경선을 제안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