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충북도와 청주시가 제작지원한 영화 '직지코드'가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직지코드'는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을 만든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구텐베르크 성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직지코드'의 전제는 직지(1377년)가 구텐베르크 성서(1455년)보다 78년 앞섰기 때문에 구텐베르크가 직지를 베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주 출신 정지영 감독이 제작총괄을 맡았고 우광훈 감독과 캐나다 출신 데이빗 레드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광훈 감독은  "직지가 우수하다는 민족주의적 관점을 배제하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 팩트에 기반해, 고려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설을 추적하는 박진감 넘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직지의 고장' 청주에서 영화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롯데시네마 청주점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이승훈 청주시장, 우광훈·데이빗 레드맨 감독 등 영화 제작진,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데이빗 레드맨 감독은 관객 인사에서 "직지 코드는 직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는 청주시민의 염원이 담긴 영화"라면서 "후원하고 응원해준 청주시와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화 '직지코드'는 2012년 데이빗 레드먼 감독이 정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탄생됐다.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경 사이에 연결 고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믿을만한 가설'을 제시했다는 것이 정 감독의 말이다. 청주 직지축제 홍보대사인 정 감독이 곧바로 청주시에 제작 지원을 부탁했고 최종적으로 충북도와 함께 2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이에대해 정 감독은 언론인터뷰에서 "'정지영이 하는 영화'라 투자가 어렵더라"고 언급해 요구액과 차이가 컸음을 내비쳤다. 결국 부족한 제작비는 개인적으로 은행대출을 받아 마련했다는 것. 지난해 7월부터 영화촬영을 시작한 제작진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횡단하며 강행군을 벌였다. 하지만 유럽 촬영 마지막날 실내 장면을 찍는 와중에 차량에 있던 촬영 장비와 촬영본이 담긴 필름을 일순가에 도난당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이에대해 정 감독은 "우 감독에게 도난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끔찍했다. 연출을 해본 입장에서 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제작자로서도 끔찍했던 게 이미 촬영이 진행된 터라 제작비가 바닥을 드러냈다. 참담한 심정으로 재촬영을 얘기했고 스태프를 받아들여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서울 시사회장의 데이빗 레드먼, 우광훈, 정지영 감독[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켑쳐]

우여곡절의 제작과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바티칸 교황청 비밀수장고에서 발견했다는 교황의 편지 필사본이다. 이 편지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니콜라우스 신부를 캄발리크(현재의 중국 베이징) 대주교로 임명하며 들려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에는 '고려왕이 우리가 보낸 그리스도인들을 환대해줘서 기쁘다'는 구절이 적혀있다. 교황청과 고려 사이에 인적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에는 1594년 임진왜란 때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 신부를 한반도에 들어온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하고 있다. 영화 제작진이 교황 요한 22세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국내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로 당시 교황이 고려왕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 감독은 "영화의 출발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비롯해 유럽 중심 역사에 갇힌 서양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고 보니 동서양이 오랜 옛날부터 교류하고 있던 게 드러났다. 교황청과 고려는 틀림없이 교류하고 있었을 것이고 금속활자가 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며“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화지만 일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우리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직지코드는 2017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해 128편 중 한국경쟁부문 11편에 선정돼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오는 10월 열리는 제2회 런던이스트아시아필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상태다. 런던이스트아시아필름페스티벌은 다양한 장르의 동아시아권 영화들을 현지에 소개하는 비영리 영화제로 작년에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초청된 바 있다. 청주에서는 롯데시네마 청주점(성안길)에서 28일부터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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