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최근 청주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다. 아니 곱지 않은 게 아니고 의혹의 눈길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청주시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청주시민들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승훈 시장한테 크게 실망해 남은 임기를 걱정해 왔다. 그런데 며칠전 A과장의 죽음 소식을 들었다. A과장은 문의대교에서 투신 전 개인적인 일로 하급직원한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폭행사건보다 쓰레기매립장 문제와 관련된 쪽에서 자살의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매립장 업무를 추진했던 자원정책과장이었다. 쓰레기매립장 조성방식을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변경한 이후 시의회와 시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바꾼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다른 과로 전보됐다는 설이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쓰레기매립장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 대해 청주시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보고 충북도에 주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더욱이 A과장이 다리 아래로 투신한 이후 쓰레기매립장 조성과 관련있는 간부 공무원 여러 명이 줄줄이 명퇴한 것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업체와의 유착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경찰 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선6기 청주시의 최대 스캔들로 남을 것이다.

청주 청원은 지난 2014년 7월 1일 역사적으로 통합했다. 통합을 위해 각계 각층 인사들이 10여년간 노력한 덕분이다. 이승훈 시장은 초대 통합시장으로 취임했으나 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직위상실형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재임 하반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잊을만 하면 재판이 열리고 있고 대법 결과가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장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났다. 떠난지 오래됐다. 일각에서는 “본인 재판 때문에 정신이 있겠느냐”고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통합 청주시의 수장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 청주 청원의 숙원과제였던 통합이 이뤄지고 야심차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통합 청주시가 출범과 함께 주저 앉았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시장이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니면 업무 면에서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 조직도 느슨해 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레임덕도 빨리 올 것이다. 최근 A 과장의 자살과 간부공무원들의 잇단 명퇴를 보고 레임덕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그래도 민선6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를 논하고 있다. 서서히 레임덕이 찾아올 시점인데 청주시는 이보다 빨리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행사장 참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인 천혜숙 여사는 더 열심이다. 어떤 때는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행사에 참석한다. 천 여사의 직업은 교수이지만 요즘은 행사장 참석이 주(主)인 것처럼 보인다. 시장의 임무수행외에 차기 선거를 위한 얼굴 알리기 목적이 포함된 행보일 테지만 시민들은 너무 심하다며 한마디씩 한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이 피선거권을 잃게 되면 천 여사가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시장은 행사장 참석보다 청주시 조직을 바로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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