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난 책
상태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 만난 책
  • 충청리뷰
  • 승인 2017.06.22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덕현의 <한 치 앞도 모르면서>와 중국작가 펑젠밍의 <그 산 그 사람 그 개>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백창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그 산 그 사람 그 개 펑젠밍 지음 박지민 옮김 펄북스 펴냄

6월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서점의 시대’라고 해서 주최측에서 전국 특색있는 작은 서점 스무 곳을 초청해 기획전을 마련했고 숲속작은책방도 참여했다. 우리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책 5종, 그리고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창작 그림책 10종을 골라 큐레이션 코너를 꾸리고 독자들에게 책을 팔았다.

선택한 책은 독자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고, 판매 부수를 예상하지 못해 소량만 들고 나갔다가 출판사에 계속 재주문을 넣었고 들고 나간 책들을 모두 팔아 치우는 행복한 ‘완판’의 결과를 안고 괴산으로 돌아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 바로 <한 치 앞도 모르면서>다.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말 중에 ‘웃프다’는 것이 있다. ‘웃기다’와 ‘슬프다’를 나름 합성한 것인데 아마도 유행가 가사에 등장하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는 바로 이렇게 ‘웃픈’ 이야기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충청도 사투리로만 구술되어 있어서 책을 읽어내는데는 조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표준어처럼 술술 읽히지 않아 처음에는 애를 먹었지만 입속에서 우물우물 마치 혼잣말 하듯, 구술한 대로 억양을 살려 읽어나가자 그 말의 쫄깃함과 질박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구수한 입말 속에 우리 삶의 애환과 설움이 묻어있고,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는 ‘네 박자’ 유행가처럼 가슴을 푹 찔러 들어오는 것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처음 소개할 때는 충청도 사투리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선뜻 이 책을 집어들까 염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책방지기의 권유에 책 몇 페이지를 들춰본 독자들은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대형 출판사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대형 베스트셀러 사이에서 책을 소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작은 출판사들의 좋은 책이 이런 기회를 통해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고마웠다.

투명한 수채화가 그려지는 책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남덕현 지음 빨간소금 펴냄

<그 산 그 사람 그 개> 역시 지방의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중국 작가 펑젠밍의 단편 9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가슴 찡한 소설이다. 표제작인 ‘그 산 그 사람 그 개’는 중국 산간벽지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맡았던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아들이 일을 물려받게 되어 인수인계를 하는 이야기다. 짧은 글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책을 읽으면 마치 영화처럼 투명한 수채화가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수 십 년간 산과 길, 강과 밭 사이의 길을 홀로 걸었다. 개와 우편물 포대, 적막감, 외로움, 고통과 더불어 반평생을 보냈다” 그렇게 보낸 삶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될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 평생의 일을 내려놓게 된 이의 고적함과 남은 삶에 대한 기대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책에 실린 9편의 글은 하나같이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물길을 거스르지 않는 삶, 욕심내지 않고 이미 이룬 것에 교만하지 않고, 가버린 것에 미련두지 않으며 하루 하루 자신의 삶에 충실한 일상. 그것이 바로 오랫동안 이어온 가장 평범한 풀뿌리 민초들의 삶이 아닌가. 작가는 고향인 중국 후난성 시골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통해 도시화되고 물질화된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어느 한 편도 큰 목소리를 내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글을 읽는 재미와 읽고 나면 가슴에 스미는 감동이 묵직하다.

동네에 서점이 사라졌다는 건, 이렇게 진주처럼 묻혀있는 소중한 책들을 발견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책을 점점 멀리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와 감동을 일깨울 수 있는 멋진 책들을 만날 기회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진정 ‘서점의 시대’가 열려서 내 집 가까운 곳 동네 서점에서 독자들이 좋은 책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