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우플란드브로 도서관, 대도시와 다를 바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12)북유럽 편

스웨덴에는 큰 누님이 살고 있다. 연세로도 누님이고, 이름이 나의 큰 누님과 똑같아서 누님으로 모시고 있다. 청주시의회 의원들과 스톡홀름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만나서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몇 해 전에는 서울에 오는 길에 청주에 초대해서 이야기마당을 열기도 했다.

그 누님은 스톡홀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그곳에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도서관 탐방을 준비하면서 연락을 했더니 근무하는 자치단체가 달랐다. 전에 근무하던 곳을 그만두고 자치단체를 옮겼다고 했다. 궁금해서 좀 더 물어보았다.
 

쿵셍엔 도서관의 어린이코너.
쿵셍엔 도서관의 설치물.

면접으로 공무원을 뽑는다

스웨덴은 시험으로 공무원을 뽑지 않고, 결원이 있거나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면접을 통해 뽑는다고 한다. 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부서장과 갈등이 있어서 그만 두었고, 지금의 자치단체에서 장애인업무 담당자를 뽑기에 서류를 냈고, 면접을 통해 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늘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럼 부서장은 어떻게 뽑나 물었다. 부서장도 자리가 나면 모집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뽑는다. 지원자는 내부 근무자일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일 수도 있다. 지원자 면접은 부서원들이 한단다. 같이 일할 사람들이 면접을 한다는 것이다. 참 신선하다.

그 누님이 근무하는 곳은 스톡홀름 북서쪽에 자리잡은 인구 2만 5000명의 우플란드브로(Upplands-Bro)콤뮨이다. 자치단체가 통합되었다는 표시가 이름에 나타난다. 스웨덴에서도 시골지역은 인구가 줄어 콤뮨의 행정통합이 많이 있었다. 대도시의 도서관이 아니라 시골지역의 도서관 운영도 살펴보기로 하고, 브로의 도서관 탐방을 계획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볼스타(Balsta)행 통근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브로콤뮨의 중심지인 쿵셍엔역(Kunsangen)에 도착한다. 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서면 바로 브로콤뮨의 시청격인 콤뮨사무소가 있다.

콤뮨사무소에 도착해서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사라의 안내를 받아 콤뮨사무소내에서 간단한 다과를 나눴는데, 몇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먼저 칸막이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 통로에 있는 회의실이 모두 밖에서 들여다보였다. 최연혁교수는 그런 것이 행정의 투명을 위한 것이라고 알려줬었다. 그런데, 콤뮨사무소는 일반인이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문마다 자동으로 잠기고, 신분증(ID카드)으로 열고 다녀야 했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은 출입할 수 없는 구조이다.

우리를 맞이해준 사라는 기업체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다가 기업본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게 돼서 그만두고, 콤뮨의 홍보 관련 간부 모집에 서류를 냈다고 한다. 어려서 스웨덴에 입양되었다는 사라는 지금도 기관을 통해 친부모를 찾고 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별히 스웨덴의 외진 곳까지 찾아온 우리를 위해 점심식사까지 대접했다.

콤뮨사무소옆에 문화의 집이 붙어 있다. 2005년에 콤뮨 청사를 새로 지을 때 지역 상인들의 요청으로 도서관, 전시관, 소극장이 있는 문화의집을 설계했다고 한다. 지역 상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듯이 들리는 것은 듣는 사람의 자의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브로도서관 전경.
브로콤뮨의 한국인 교포와 함께.

법 규정을 더욱 확대해서 실행

2층에 자리잡은 도서관은 계속 보아왔던 스웨덴다운 도서관이었다. 개방형의 공간, 세련된 디자인의 서가와 의자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치물들. 어느 것 하나 시골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도서관장 매그누스는 낯선 동양의 방문자들을 위해 특별히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만들어서 설명을 해주었고, 시의회의 문화담당위원회 위원장까지 나와서 질문에 답해주었다. 지금까지 브로의 도서관을 찾아준 외국인은 처음이라고.

매그누스 관장이 스웨덴의 도서관법을 간단히 소개해주었다. 도서관법에서는 모든 자치단체에 공공도서관이 있어야 하고, 공동도서관은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사서들은 독서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소수국 이민자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자치단체와 도서관관계자들은 이런 도서관법을 더욱 구체화해서 지켜나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골 도서관에도 어린이코너는 대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은 기본이고, 연령별 독서클럽을 운영하기도 하고, 도서관을 방문해서 학교 프로그램을 하기도 한다. 이민자들을 위한 코너에는 자료가 충실하다. 일요일에는 다양한 언어로 책읽기 프로그램을 하고, 이민자들이 스웨덴어를 익힐 수 있도록 이민자 카페를 운영한다.

브로지역에도 도서관이 있다고 해서 확인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행정통합을 이룬 자치단체답게 쿵셍엔에 문화의집을 새로 짓자 브로지역 상인들이 도서관을 지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두 말할 필요없이 멋진 도서관이었고,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작은 마을에서도 도서관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 자기 마을의 중심에 도서관을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 복지국가 스웨덴은 그런 주민의식 위에 유지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