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국회의원·단체장 4명 수상 언론 보도자료 배포
공모 아닌 내부 추천제, 주관사 대표 정치적 행보 의문

최근 도내 신문방송을 통해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유권자 대상’ 수상 소식이 보도됐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 조길형 충주시장, 이근규 제천시장, 홍성열 증평군수 등 4명이 분야별 수상자로 선정됐다. 본보는 그동안 선출직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민간단체의 다양한 시상제도에 대해 검증해왔다.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한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시상제도는 적지않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업적처럼 자랑하는 ‘유권자 대상’의 실체를 살펴본다.
 

지난 15일 유권대 대상을 수상한 홍성열 증평군수<중부매일 제공>
         

 <유권자 시민행동이 답변거부한 질의사항>

  1.심사위원회에서 정한 심사기준, 배점방식이 따로 있는 지요?
  2.선정되더라도 행사 불참자는 수상이 불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3.충북지역 수상자인 오제세 국회의원, 조길형 충주시장, 이근규 제천시장, 홍성열 증평군수를 추천한 단체가 어디인지요?
  4.오호석 대표가 올 대선에서 국민의당 선대본부 인재영입위원으로 소개된 보도기사가 사실인지요?
  5.오호석 대표와 관련단체가 2016년 10월 원주 상지학원 설립 자 복귀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6.오호석 대표가 맡은 단체가 인터넷 검색상으로 상당한 숫자인데 한분이 많은 단체를 관장하는 이유가 있는지요?

포털사이트에 ‘충북 유권자 대상’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올해 도내 수상자들의 관련 기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오제세 의원과 홍성열 군수는 서울 시상식장에서 기념사진 찍은 모습이 보도자료로 각 언론사에 전달됐다. 상의 정식 명칭은 제6회 유권자의 날 기념 ‘2017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이하 유권자 대상)이다. ‘유권자 대상’은 총 5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선거 단위별로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기초의회 의원 부문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작년에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정우택 의원이 국회의원 부문에서 수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 15일 서울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공단 2층 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렸고 전체 130명 수상자 가운데 충북이 4명을 차지했다. ‘유권자 대상’ 주관단체인 ‘유권자 시민행동’은 직능단체연합회,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연맹, 한국시민사회연합 등 290여개 민간단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유권자 시민행동’은 2011년 8월 탄핵정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서경석 목사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오호석 회장이 공동 상임대표를 맡아 출범했다. 당시 출범식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하는등 영향력을 과시했다.

출범 당시 유권자시민행동측은 언론을 통해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고 낙오한 사람도 불행하지 않은 선진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단체이며 수백만 유권자의 결집된 투표권 행사를 통해 기득권 세력에 의해 피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이듬해인 2012년부터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 시상제를 시작했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수상자 선정은 유권자시민행동에 참여한 290개 단체에서 단체별로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추천단체에서 선출직 후보자의 공적조서를 심사위원회로 보내면 심사위원들이 최종 선정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별도의 외부 신청 공고 없이 내부 회원단체들의 추천을 통해 암암리에 선정하는 셈이다. 국회의원의 경우 자체 조사자료 분석결과 상위 30%와 함께 △본회의 출석률 △본회의 투표 참여율 △법안발의 수 △상임위 출석률 등 4개 객관적 지표로 평가해 이를 근거로 선정한다는 것.
 

지난해 10월 한국자영업자총연대의 상지대 임시이사 파견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오호석 상임대표<브레이크 뉴스 캡쳐>

시상식 130명 대상 3시간 걸려

올해의 경우 총 130명을 선정해 상을 주다보니 시상식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행사를 마쳤다. 개회식은 30분에 불과했고 5개 부문 시상과 사진촬영에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또한 시상식 안내문에 ‘수상자 불참시 수상이 불가’하다고 명시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공신력있는 상이라면 시상식 참석여부로 수상 자격을 따지는 경우는 없다. ‘유권자 시민행동’ K사무국장은 “2012년 정부가 유권자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하면서 ‘유권자 대상’ 시상제도를 만들었다. 수상자는 각 회원단체에서 추천하면 공적조서를 받고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시상 주관단체인 유권자시민행동,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연맹, 한국시민사회연합 등은 대표자가 동일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무실 주소와 연락번호도 동일하게 사용해 실제로 유권자시민행동 오호석 상임대표 한사람이 관장하는 단체로 판단된다. 오 대표는 한국자영업자총연대 상임대표도 맡고 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원주 상지학원·상지대학교 김문기 설립자 복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지학원은 설립자 김씨는 1994년 학교 비리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사장 자리에서 해임된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학원 이사회가 상지대 총장으로 선임하면서 학내분규의 도화선이 됐다. 이듬해 교육부의 총장 해임권고로 물러난 김문기씨는 현재 교수회 등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 단체가 김씨의 복귀운동을 벌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국자영업자총연대는 지난해 8월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골목상권자영업자 및 국민생존권보호를 위한 사드 배치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튼튼한 국가안보의 초석 위에 국가경제가 다져질 수 있고, 국가경제의 실핏줄인 우리 1천만 자영업자의 건강한 삶이 보장될 수 있음을 알리며, ‘사드 배치’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골목상권 살리기 단체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드 배치 문제를 제기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굳이 분석하자면 비리 사학재단 비호와 사드 배치 찬성은 수구보수 세력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대선정국에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와 안내하는 오 대표<뉴시스 제공>

주관단체, 취재질의 답변거부

실제로 오호석 대표는 작년말 탄핵정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서경석 목사와 일부 단체 활동을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시민행동 출범당시 공동 상임대표를 맡았고 서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나눔과 기쁨’에서 오 대표는 상임대표 역을 맡았다. 탄핵 이후 대선 정국에서는 안철수 캠프에 참여해 국민의 당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대선 후보 초청강연을 주최하기도 한 민간사회단체 대표가 특정후보 선대위에서 참여한 것은 비판의 소지가 높다.

결국 정치적 논란이 될 만한 집회와 활동을 해온 단체 대표가 ‘대한민국 유권자 대상’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의문점에 대해 취재진은 유권자시민행동 K사무국장과 통화를 한뒤 이메일과 전화문자를 통해 6가지 질의사항을 보냈다. 하지만 20일 마감날까지 K사무국장은 전화도 받지않고 문자답변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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