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세를 국내산 굴비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청주 남도음식 전문점 업주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사기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굴비 원산지를 속인 행위와 손님들이 이 음식점을 이용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유모씨(57)는 2009년 11월부터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남도음식 전문점인 `소금한정식'을 지인과 공동 운영했다.

2013년 3월 유씨는 음식재료로 사용되는 육류와 해산물의 원산지를 속여 조리·판매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입건됐다.

유씨는 식재료 원산지를 `소고기, 돼지고기, 포기김치, 묵은지, 쌀, 해산물, 생선 - 국내산'이라 써놓고 칠레·미국산 고기와 말레이시아산 낙지 등을 사용했다.

1마리에 5000원에서 7000원인 중국산 부세를 1마리에 20만원 수준인 국내산 굴비라고 써놓은 데다 점심은 2만원짜리, 저녁은 2만 5000원~5만 5000원짜리 코스 요리를 판매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굴비가 현행법상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유씨는 국내산 영광 법성포 굴비만을 취급한다는 취지의 상호를 사용하거나 같은 취지 광고를 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도 유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식당 간판과 메뉴판에 `남도음식 전문점'이라는 표기가 돼 있고 메뉴판에 `소고기, 돼지고기, 해산물, 생선 - 국내산'이라고 표기한 점 등을 이유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건강하고 안전만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 관심을 부당하게 이용해 영리적 이익을 꾀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청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국내산이라고 표시한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은 이 사건 식당에서 제공되는 여러 요리와 반찬 중 일부의 식재료”라며 “유씨는 손님들로부터 `영광굴비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 중국산 부세를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가공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들이 메뉴판에 기재된 국내산이라는 원산지 표시에 속아 이 사건 식당을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는 사기죄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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