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옥균 취재부장

오옥균 취재부장

흔히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더 나은 삶과 행복이 일자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OECD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 돼버렸다. 부족한 일자리를 자영업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557만명이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흔히 말하는 골목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슈퍼를 운영하는 우리 이웃들이다.

자영업자들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가계부채는 터지기 직전까지 가득찼고, 경쟁은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문닫지 않고 버티는 게 용하다. 그마저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새로운 경쟁자의 도전이 반복된다. 버티고 있으니 챔피언이지만 속은 이미 멍들고 무너져내렸다.

고만고만한 경쟁자들과의 힘겨루기는 그나마 할만하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프랜차이즈 대기업은 우리 이웃 식당을 쓰러트리고, 유통 대기업은 슈퍼와 전통시장을 쓰러트린다. 경쟁하기에는 체급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으니 답답하다.

대형마트는 편리한 쇼핑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거기에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창출한다니 누이좋고 매부좋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렇지 못한 대기업의 실체를 봐왔다. 떠올려보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이웃이 있는지. 대형마트가 문을 열면 수많은 슈퍼가 문을 닫는다. 슈퍼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에는 친구의 친구도 있고, 하나 건너 아는 이웃도 있다.

새로운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새로운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없는 데다 직접 고용은 하늘에 별따기다.

지역기여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몇억원씩 매출을 올리지만 지역에 내는 세금은 연간 2000만~3000만원이 고작이다. 종종 기부도 하고, 지역에 좋은 일도 한다지만 그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거둬들이는 수입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85만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청주시 규모로 볼 때 대형마트는 이미 포화상태다. 어렵지 않게 대형마트를 갈 수 있고, 그 사이 많은 이웃들이 슈퍼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고,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청주시전통시장연합회 등 상인단체와 충북청주경실련 등 시민단체 12곳이 모여 ‘유통재벌 입점저지 충북도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마트가 청주테크노폴리스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위원회의 출범 계기가 됐다. 위원회는 힘을 모아 대기업의 입점을 막고, 자영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이끌어낼 때처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쇼핑의 편리함 대신 이웃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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