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취급, 유통사가 제조사 장악 우려

지자체 일방통행식 행정 경실련·소상인단체 반발
청주TP 3만㎡ 매입, 노브랜드 2개 매장 청주 진출

청주테크노폴리스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추진해온 ㈜이마트가 충북도에 중규모 마트인 `노브랜드' 개점 신고를 잇따라 마쳐 지역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청주시도 지난 5월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복합쇼핑몰 운영을 허용하는 등 지자체의 유통 대기업 입점규제 의지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이에따라 충북·청주경실련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12일 '유통 재벌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골목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출범선언문을 채택했다. 유통 대기업의 신형 점포 증설 실태와 지역 상권의 위기에 대해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 12일 충북청주경실련과 소상공인단체들이 '유통재벌 입점저지 충북도민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충북청주경실련 제공>

최근들어 ㈜이마트가 청주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청주 대형마트 2호인 미평동 매장을 운영하면서 몇몇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추가로 확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유통상업 용지 3만9612㎡를 360억원에 매입해 대규모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측은 구체적인 부지 활용 계획이나 입점 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지역에선 창고형 매장이나 복합 쇼핑몰 조성을 예상하고 있다. 중소상인 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북지역경제살리기 네트워크가 입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의 '일방적인 분양계약'을 비판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분양건이 소강국면에 접어들자 이번에는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 진출이 입줄에 올랐다. '노브랜드' 매장은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제작하는 상품 PB(Private Brand)상품만 취급한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의뢰한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이마트는 청주 사천동 남광하우스토리 아파트 인근에 사천점(711.23㎡) 복대동 현대백화점 인근에 복대점(632㎡) 내부 공사를 마치고 충북도에 개점 신고한 상태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로 약 900여개의 PB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생활용품부터 가공식품, 전자제품까지 취급 범위가 넓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주변상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한 생활용품협동조합과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측은 이마트를 상대로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따라 5월말 이마트 측과 생활용품협동조합, 청주슈퍼마켓조합 측이 충북도청에서 조정회의를 열었지만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했다.

'노브랜드' 변종 SSM 지적
특히 PB상품 전문매장은 지역 중소상권에 대한 위협과 함께 유통이 제조를 잠식하는 시장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PB상품은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절약돼 제조사 고유 상품인 NB(National Brand) 제품보다 가격이 10~20% 가량 저렴하다. 생산-유통 단계를 간소화해 가격을 낮추고 중간마진의 일부를 유통업체가 챙기는 구조이다 보니 유통사는 PB 제품을 팔면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판로를확보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이 살 수 있어 얼핏 보면 제조사-유통사-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될 것 같다.

청주 사천동 노브랜드 매장

유통업체는 자사 PB상품을 고객들의 눈에 잘띄는 ‘골든존’에 진열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또한 제과업계의 경우 ‘초코파이’, ‘카스타드’ 등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주력 제품까지 유통사가 손을 뻗기 시작했다. 현재 유통사 PB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업체는 CJ제일제당과 농심,서울우유협동조합, 오리온 등 특정 분야에서 1등 브랜드를 보유한 식품기업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 식품업체는 매출 40~50% 가량이 대형마트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통사의 생산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노브랜드'는 지난 2015년 물티슈, 감자칩 등 9개 PB상품에서 출발해 현재 900여개로 확대됐다. 매출 역시 첫 해 234억 원에서 지난해 1900여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매출 신장에 힘입어 이마트는 현재까지 28개의 노브랜드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에 집중돼 있는데 작년부터 대전, 광주, 청주 등 지역 거점도시로 확대하는 추세다.

제조사, 소비자 피해자 전락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중소기업 발굴 및 육성 플랫폼으로 제시한 바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업무 협약을 맺고 노브랜드의 중소기업 생산 비중을 올해 말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노브랜드 확장의 당위성으로 이같은 ‘상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어떨까?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지난해 노브랜드 제품을 생산한 중소기업 수는 모두 123개로, 판매매출은 768억원이었다. 그렇다면 총매출 1900여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40%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나머지 매출 60%는 수입이거나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중견 식품업체 제품 판매에서 나왔다.

하지만 PB상품은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유통업체가 무리하게 제품 단가를 낮추다 보면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제조사가 유통 대기업의 생산공장으로 전락해 ‘제조업의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유통재벌만 득을 보고 제조사와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재벌 입점저지 충북도민대책위는“소소한 상품까지 취급하는 노브랜드가 개점하면 동네 슈퍼마켓 수십개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도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유통재벌 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기구를 결성하여 공동으로 대응하겠다. 우리는 유통재벌의 폐단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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