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등 전국 56곳에서 재배…미승인 LMO유채 씨앗 대량 유통
긴급 폐기했지만 생태계 교란우려 높아져…GMO옥수수 자생, 음성서 발견되기도

지난 5월 23일 반GMO충북행동이 청주시내에서 몬산토사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충북녹색당)

우리나라가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재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라는 환상이 흔들리고 있다. 통관절차의 미세한 부주의가 됐든 생식능력을 제거했다는 기술이 거짓이든 간에 생명체는 작은 허점을 파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미승인 LMO(living modified organism, 살아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유채가 전국 56곳에 재배된 사실이 정부 조사에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청주 등 7곳에서 재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은 재배된 LMO 유채를 전량 소거해 폐기처분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시‧군은 정확한 소재지 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북음성군에서는 수입된 GMO가 자연상태에서 자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GMO 식물 재배가 허술하게 관리되면서 LMO 종자에 의한 생태계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내판 하나 없는 LMO 유채 충북 청주시 소재 유채밭 전경. 국립종자원은 이곳을 비롯해 LMO 유채가 재배된 전국 56개소를 전량 소거했다.
지난 5월 16일 강원 태백산유채꽃축제장의 유채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양성반응 확인에 따라 오후 관계자들이 트랙터 등의 장비를 동원해 폐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LMO는 번식능력이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로 번식능력이 없는 GMO(유전자변형생물체)와 구분된다. 이같은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해 미국은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럽은 결론을 내리지 않아 세계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GMO를 기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을 제정해 재배와 유통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하면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유전자변형 생물에 대핸 재배가 엄격하게 제한된 가운데 지난 7일 농식품부는 충북 청주 등 전국 56개소에서 미승인 LMO 유채가 재배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LMO 유채는 지난 달 15일 강원도 태백시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농식품부는 2016년 1월 이후 수입된 유채종자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 수입된 유채종자 가운데 4개회사 32.5톤에 LMO 유채가 혼입된 것으로 의심됐다.

LMO 혼입이 의심된 유채 32.5톤 중 19톤은 LMO 유채로 확인됐다. 또 전국 56개소 81ha 면적에 LMO유채가 파종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은 밭을 갈아엎거나 제초제를 이용해 식재된 56곳의 LMO 유채밭을 전량 소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승인 LMO 재배지에 대한 사후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 미승인 LMO 유채 발견지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유채가 재배되지 않도록 특별 관리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미승인 LMO 유채는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제초제 내성을 가진 ‘GT73’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 국내에서 식품용과 사료용으로는 이미 승인되었다“며 ”미국‧캐나다‧호주‧일본 등에서 종자용, 식용 및 사료용으로 승인되어 있어 국민건강 등 안전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커지는 우려 “국가재난 사태 선포해야”

 

정부가 국민건강 등 안전성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지만 농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생태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충남지역 농업인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LMO, GMO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또 GMO반대전국행동과 GMO반대충남행동은 충남 홍성군 유채꽃 청보리 축제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MO, GMO 종자확산 저지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유채는 충매화이기 때문에 최소 2km까지 바람과 곤충에 의해 씨앗이 이동될 수 있다”며 “ 같은 십자화과 작물인 배추, 갓 등과 변형이 가능해서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성 지역 뿐만이 아니라, 현재 전국적으로 5년 이상 이 LMO유채 종자가 재배되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허술한 격리조치도 지적했다. 이들은 “격리 조치라고는 고작 ‘LMO가 의심되니 출입 및 채취 금지’한다는 A4용지 크기의 안내표지와 ‘위험 출입금지’ 테이프로 울타리를 쳐놓은 것이 전부”라며 “유채는 충매화여서 곤충과 바람을 타고 동종 간 오염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따위 격리 조치나, 숨기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가검역체계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으로 구제역, AI와 같은 비상사태”라며 “정부는 서둘러 국자재난을 선포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에는 전북농업인단체협의회와 GM작물 반대 전북도민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LMO 유채 재배지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식능력 없다더니…자생하는 GMO 옥수수

 

이렇게 LMO 유채로 같은 십자화과 식물에 대한 동종간 DNA 오염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관리방식은 곳곳이 허술해 보였다.

오염과 추가전파를 막기 위해 가장 우선적인 상황 공유와 전파라는 측면에서 ‘0’점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와 국립종자원은 LMO유채 재배 사실을 확인하고도 농민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별도로 알리지 않고 지자체에만 알렸다. 충북도내 각 시‧군은 지난 5월 말경부터 6월 초순에 이들 기관으로부터 LMO 유채 파종 사실을 통보 받고도 농민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전혀 알리지 않았다. 충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유채 재배지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LMO유채가 식재된 소재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충북지역의 경우 제천에 소재한 국립종자원충북지원 직원 3명이 도내 전역의 LMO 유채 관리 업무를 맡았다.

정부의 LMO 유채 대책이 허술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번식능력이 없다고 알려진 GMO 옥수수가 전국에서 자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6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유전자 조작 작물이 하역되는 전국의 주요 항만과 가공공장 주변과 이를 사료로 받아 쓰는 축산 농가 주변 등을 조사한 결과 19개 지역 42개 시료에서 조작된 유전자 작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충북지역에서도 GMO 옥수수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MO 옥수수가 자생했던 곳은 음성군 금왕읍 쌍봉리로 인근에는 옥수수 가공 공장이 소재했다.

이런 가운데 음성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SNS에 제초제에도 잘 죽지 않는 처음 보는 잡초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 농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를 기르는 지인이 사료로 쓰기 위해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이곳에 못 보던 잡초가 어느 날 자라기 시작했다. 제초제에도 잘 죽지 않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 소들도 이 풀이 섞인 여물은 먹지 않는다”고 적었다.

2013년 음성군에서 GMO 옥수수가 발견됐을 당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이상정 음성군의원은 “생태계 교란 우려가 큰 만큼 GMO와 LMO 생물에 대한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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