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도종환 더민주당 국회의원(청주 흥덕을)이 문재인정부 초대 문체부장관으로 내정됐다. 선거 때부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체부장관이 될 것이라고 인구에 회자돼 왔다. 막상 발표되자 충북지역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전국의 문화예술계도 환영의견을 냈다.

도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으로 들어가면서 정치와 연을 맺었다. 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추천했고 도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됐다. ‘접시꽃당신’의 시인이자 교육운동가로 유명한 그가 정치인이 되자 주변에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인으로 남기를 바랐던 팬들 중에는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본분을 다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시도 쓰고 책도 출간했다. 국회에서는 줄곧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문제점들을 들춰냈다. 지난 2015년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고,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하자 더민주당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또 같은 해에 문학진흥법을 대표발의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청주시 흥덕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특위 위원으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특혜 지원을 최초로 밝혔다. 또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장관의 진보성향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 폭로를 주도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도종환 장관 후보자는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처음 시를 냈고, 이후 <창작과비평>에서 첫 시집을 냈다. 시집으로는 <접시꽃 당신>을 비롯해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부드러운 직선> <해인으로 가는 길>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등 다수가 있다.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등 많은 상도 수상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도 후보자는 꽃길만 걸은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전까지 힘든 인생을 살았다.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라는 부제가 붙은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그는 자신이 겪은 가난과 외로움과 고통을 구구절절하게 고백했다.

도 후보자는 ‘흙수저’였다. 형편이 어려워 어려서부터 친척집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그리워 편지를 자주 썼다는 얘기, 편지에 계절인사를 쓰기 위해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살펴봤다는 얘기, 미술대에 가고 싶었으나 돈 때문에 등록금이 면제되는 충북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고 그 좌절이 자신을 문학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를 책에서 털어놨다.

또 결혼한 지 얼마 안돼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초대 전교조충북지부장이 되면서 구속됐던 얘기, 민주화를 위해 수없이 많은 집회와 시위, 농성에 참가했던 얘기에 대해 썼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갔다고 했다. 그는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 방황, 고난, 눈물로부터 내 문학은 시작됐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를 키운 건 포기하지 않는 ‘담쟁이’ 정신일 것이다. 그가 시에 썼듯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잎들과 손을 잡고 벽을 넘는 담쟁이 말이다.

도 후보자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를 바로 세우길 기대한다. 그동안 지적하고 들춰내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그 위에 새로운 것을 건설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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