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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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전하는 방법
  • 충청리뷰
  • 승인 2017.06.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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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직언직썰/ 박아롱 변호사
▲ 박아롱 변호사

작년 이맘 때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기저귀 떼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당시 아이가 속한 반 원생들의 평균 월령이 두 돌을 넘긴 상태였고, 이미 기저귀를 떼고 입학한 아이도 있었으니,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도 그렇고 배변 훈련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기였다.

선생님은 이제부터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동안은 기저귀를 채우지 않겠다며 속옷과 하의 여러 벌을 준비해 보내달라고 했고, 아이들이 실수를 하면 하는 대로 몇 번이고 다시 씻기고 속옷과 하의를 갈아입혀 주었다. 그 때는 정말 매일 매일 초벌 빨래를 한 아이의 속옷과 하의가 비닐 백에 담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이가 배변 훈련을 할 의지가 별로 없었고, 나름 고집이 센 편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핑계이겠지만 남편도, 나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아직 쉬, 응아 표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의 기저귀를 집에서도 무작정 벗겨놓고 뒤처리를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우리 부부도 제대로 협조를 하지 못했고 선생님 홀로 어린이집에서 고군분투하는 시간이 여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가 여름휴가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된 아이가 어느 날부터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고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밤 기저귀까지 떼게 되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내 아이의 쉬와 응아를 수도 없이 묵묵히 치워주시며, 고집 센 아이의 배변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에다 존경심까지 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던 중 그만 감사의 인사를 드릴 기회를 잃고 말았다. 작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것이다.

사실 갓 돌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하면서 스승의 날, 명절, 아이 생일, 어린이날 등등 중요한 날이 되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받는 분이 서운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적정선은 어느 정도일까 늘 고민스러웠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으므로, 아예 고민할 여지가 없어진 일이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순수하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선생님께 제대로 된 감사의 표시를 하지 못한 일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그러한 마음은 올해 스승의 날까지 이어졌는데, 마침 아이가 사람의 얼굴 비슷한 모양을 그릴 수 있게 된 일을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났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손수 카드를 꾸밀 결심을 하고 색종이와 무지 카드를 준비한 뒤, 아이에게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나는 카네이션을 접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펜 잡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아이가 제대로 된 얼굴을 그릴리 없었고, 나도 십 수 년만의 종이접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찌어찌 아이가 표정이 드러나는 것으로도 볼 만한 얼굴과 정체불명의 기호 같은 것들을 그렸고, 나도 가장 쉬운 단계의 방법에 따라 종이 카네이션을 접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아이 나이의 아동으로부터 손수 그린 카드를 선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해주셨다.

이대로는 부족한 것이 아닌지 아쉽고, 어딘지 죄송스러운 기분도 들지만, 돈 대신 시간을 들여 아이와 함께 만든 작은 선물로 우리의 마음을 전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김영란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 이는 법 시행 초기에 나타난 부작용을 최소화해보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법 자체의 취지에는 호응하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주변 또한 갑작스럽고 어색하지만 반가운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크고 작은 부분에서 점점 투명하고 깨끗해져가는 이 사회에 속한 사실이 가슴 벅찬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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