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청주시민들 ‘이 참에 공무원노조 해체하라’
행자부의 오락가락 행정과 노사 대화 부족 원인

청주시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가 지난 15일 청주시청 광장에서 한대수 청주시장을 ‘행자부의 개’로 표현한 퍼포먼스를 벌인 ‘사건’이 지역의 핫이슈로 등장하자 진상조사를 벌이는 한편 노조간부 김모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시민들도 청주시와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 홈페이지에 ‘시장이 개면 우리 모두 개새끼들이라는 말인갗 ‘이 참에 공무원노조를 해체하라’ 라는 등의 극단적인 항의글을 올렸다. 이에 대한 항의 성명서도 잇따랐다. 지역언론은 물론이고 중앙 언론에서도 사설과 본문기사를 통해 이 사건을 다뤄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가 벌인 퍼포먼스.
청주시 실·과·소·동장협의회는 지난 18일 지도력을 발휘해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복무 및 업무감독을 철저히 하고, 잘못된 사고와 행동으로 선량한 공직분위기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시민들에게 발표했다. 이 협의회는 본청의 과장과 사업소장, 각 동장 등 사무관급 공무원들로 이뤄졌다. 친목과 업무교류 성격이 강한 이 조직에서 성명서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사건의 당사자로 집중 난타를 당하던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도 지난 19일 입장을 발표했다. “청주시장에 대한 지나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힌 이들은 “금번 사태가 벌어진 계기는 지난 6월 9일 시장과 면담을 통해 복무조례를 개정하기로 약속했고 이행한 바 있으나, 다시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조례개정안을 노조와 아무런 대화없이 시의회에 제출한 데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주시장이 조례를 개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을 뿐 아니라 대화를 요청하는 지부장에게 극단적인 발언을 한 것은 평상시 대화와 타협을 말했던 것이 허언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표현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사담당 인사조치와 이번 사건 어떤 관계?

행자부는 지난 6월 토요 격주휴무, 전직공무원 비밀엄수조항, 연가일수 축소조정, 동절기 근무시간 연장,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 등 5개 조항을 표준안으로 각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 그래서 지자체로 하여금 세부사항을 정한 뒤 공무원 복무조례를 개정토록 한 것. 이것은 이번 사건이 터지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당초에도 행자부가 결정하기 곤란하고 반발이 우려되니까 이를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불만의 소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별로 복무규정이 달라 토요 격주휴무를 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 동절기 퇴근시간이 오후 5시인 곳과 6시인 곳 등으로 중구난방이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청주시와 노조는 토요 격주휴무,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을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키로 합의했다. 청주, 제천, 괴산, 진천 등이 행자부의 5가지 안 중 2가지를 선택했다. 전국적으로 행자부 표준안대로 간 곳은 당시 224개 지자체 중 123개 밖에 없고 나머지는 청주시처럼 2가지만 선택했거나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군은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고 그동안 토요 격주휴무를 실시하지 못했다. 행자부는 이렇게 지자체별로 공무원 복무조례를 개정하도록 해놓고 다시 표준안대로 할 것을 강요해 공무원노조 청주시지부에서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사건이 발생하자 시 간부 공무원들은 사태해결에 나서며 시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6급인 인사담당을 인사조치 하려고 한 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았다. 시는 지난 18일 인사계장 공모건을 내부문서로 올렸다. 한시장 취임 이후 시는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총무과장과 인사담당을 공모로 선발해 왔다.

공무원 모씨는 “인사담당을 문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6급이 무슨 권한이 있어 인사조치 하는가.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면 말단 공무원만 죽어난다는 말이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사건의 불똥이 잘 못 튀어 억울한 공무원을 만들고 말았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또 일각에서는 청주시장을 개에 비유한 것은 분명 잘못됐으나 이 참에 노조를 죽이자는 식으로 덤벼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벌을 받아야 하지만,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 당사자가 ‘눈엣가시’처럼 인정을 받지 못하는 공무원노조이다보니 차제에 확실하게 밟아버리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하지만 일부 뜻있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인 집행부와 노조의 대화단절도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간 간부들이 노조원들의 면담 요구를 시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는 식으로 묵살하는 방법은 이제 전근대적인 것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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