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이 던진 문제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와 <82년생 김지영>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백창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동녘 펴냄

언제인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혐오’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되었다. 여성 혐오, 특정 지역 혐오, 성 소수자 혐오 등 모든 종류의 차별에 혐오라는 단어가 꼭 따라붙고 있다. 말하자면 차별은 곧 그 차별하는 대상을 혐오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혐오란, 강한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인데 막연하게 ‘싫다’라는 감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잠시라도 곁에 두거나 눈길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포함한다. 이런 극단적인 언어가 일상화된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정도로 편가르기와 배타성이 극대화되었다는 걸 뜻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몇 년 동안 두드러진 게 ‘여성 혐오’다. 예전엔 ‘성차별’이라고 해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이야기하고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노력들을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논의들이 거꾸로 남성의 권위 혹은 권리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짓밟고 여성을 비하하는 움직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정면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페미니즘 에세이다. 저자 홍승은은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 여성이다. “서른, 이혼 가정, 탈학교 청소년, 지방대, 적자 사업자, 월세살이, 장녀, 비혼주의자, 병약한 신체, 그리고 여성”

자신을 이루고 있는 이런 규정들에 대해 저자는 오랫동안 해명해오는 삶을 살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왜 학교를 그만두는가? 왜 학생운동을 하는가? 왜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방에 남아있는가? 왜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가?

“함께 자유로우면 좋겠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우리 사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보편성을 따르지 않는 그에게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어댔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 없는 질문들은 관심의 얼굴을 하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에게 의심받고,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박탈감은 사람을 불안과 의심 속으로 인도한다. 질문이 가진 폭력성을 깨닫게 되고부터 저자는 불편함을 해명하기보다 반대로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젊은 여자가 감히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 그 자체로 작은 혁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책의 내용은 솔직하고 파격적이다. 그래서 책은 어떤 이에겐 안쓰럽고, 어떤 이에겐 선정적이며, 어떤 이에겐 몹시 불편하다. 그러나 이 모든 내적 감정들을 뛰어 넘어 책은 나 자신이자, 우리의 친구이자, 동생이자, 딸이자 아내인 여성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기에 값지다.

“나는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자유로우면 좋겠다”

저자 홍승은의 말처럼 여전히 불편한 채 살고 있는, 그러나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삶에 길들여져 온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한 권이 요즘 화제다. <82년생 김지영>. 소설이라기보다 평균적인 여성의 삶의 연대기를 그려낸 듯 비소설 같은 구성으로 쓰여진 이 책이 동세대 여성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책을 읽고 좀 놀랐다. 82년생 김지영이 딸로 태어나, 여학교를 다니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엄마이자 며느리가 된, 그녀의 일대기가 60년대 출생인 나에게 이렇게 낯설지 않을 수 있다니. 적어도 50대가 된 나의 ‘여성’과 지금 30대인 ‘여성’은 굉장히 다를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책은 그런 내 기대를 배반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진보’란 어디쯤에서 그 느리고 유약한 걸음으로 멈추어 서 있는가? 30대 두 여성의 책이 내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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